제주한의약연구원-제주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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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한의학 박사

이번 지면을 빌려 필자가 3년 동안 초대원장으로 몸담았던 제주한의약연구원을 떠나며 그간에 있었던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제주자원의 연구 개발을 통해 한의의료 및 한의약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2016년 설립된 도 출연기관이다.

개원 초기, 한의약 인프라와 문화가 취약하여 이곳 제주에서 한의약을 뿌리내리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전국지자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의과대학이 없으며 한방병원 또한 전무하다. 뿐만 아니라 전국 150여 곳이나 되는 우수 한약재 제조시설인 GMP도, 전국 100여 곳이나 되는 원외탕전시설도 제주에는 한 곳도 없다.

한의학 지식이나 문화에 있어서도 타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라 생각된다. 제주에 자생하는 훌륭한 약재들이 생활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약재에 대한 도민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낮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의학 지식이나 문화의 부족은 제주자원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산업화하는 데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는 데서 문제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진피를 들 수 있다. 진피는 중국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는 약재인데 반해 우리는 귤껍질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어서 제대로 가치 있게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중국 신후이에서 진피는 인삼에 버금가는 고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신후이 진피촌장 초청 세미나 발표에 의하면 신후이에서는 최근에 개발된 현대적 표준공정과 시설을 통해서 25만 톤의 감귤로 1조원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오래 전부터 요리와 차로 활용하며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진피 문화가 있었다. 진피 문화에 현대적 공정과 시설이 더해지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수백 년을 함께한 같은 한의약 문화권인데도 유독 진피에 대해서만 양국의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가 지정학적 변방이라는 환경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한의약 문화와 정보가 차단된 제주의 열악한 상황과 관련되어 있어 더욱 안타깝게 한다. 만약 귤이 예전부터 제주가 아닌 육지부에 대량 재배되었다면 중국처럼 인삼, 녹용에 견주는 고급 한약재로 발돋움 했을지 모른다.

제주의 규모를 얘기할 때 전국 1%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인구도 예산도 그리고 제주도의 면적도 대한민국의 1%를 조금 넘는 수치라서 그렇다. 특이하게도 그 작은 면적에 비해 제주의 식생자원은 1795종으로 전국의 42%정도나 된다. 약용식물 또한 801가지로 종류가 다양하다. 제주의 다양한 토질과 기후 조건이 이처럼 풍부한 식생 보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인식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그 가치를 먼저 알아본 외부인의 몫이 될 것이다. 제주에 넘치는 흔한 것이 외부에서는 보기 드문 귀한 자원일 수가 있다. 객관화된 시각으로 제주자원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이를 활용하는 높은 문화 의식이 필요하다.

한의학은 의료적 효용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국가정체성을 가지는 있어 국가적으로도 보호 육성의 필요가 있는 의료분야이다. 특히 한의학은 천연물을 가지고 활용하기에 1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제주에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제주의 농업을 고부부가치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한의학은 제주를 다양하게 할 뿐 아니라 제주자원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부임 초기, 한의약 인프라와 문화가 부족한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였으나 다행히 근래 들어 이러한 제주한의학의 가치와 한의약 자원의 가능성에 대해 이해를 하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 언론, 용기를 내어 사업화를 도모하는 도민들 그리고 이에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응원하는 도의원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개무량하고 감사할 일이다. 이들의 관심과 용기 그리고 응원이 제주를 한 단계 높여줄 것이라 믿는다. 필자도 퇴임 후에서도 제주한의약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한 본사와의 공감 하에 현재의 지면을 통해 계속하여 제주 한의학 자원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도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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