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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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전북 현대 이동국 선수. 우리 나이 마흔한 살이다. 축구 선수 나이로 칠·팔순, K리그 최고령이다. 그런 데도 뛰고 있으니 놀랍다. 뛰므로 현역이고 그래서 프로다. 그냥 뛰는 게 아니라 골을 넣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외려 원숙해진 플레이로 결정적 순간마다 힘을 보태고 있다. 1,2선을 오가며 팀에 기여하는 플레이. 존재감이 라이언 킹답다. 그는 여전히 빛난다.

지난 6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K리그 개막전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골을 넣고 도움을 기록했다. 골 장면이 예술이었다. 패스를 받아 넘어지면서 온몸을 날린 것. 그가 관중의 뜨거운 기립박수 속에 그라운드를 떠나는 걸 보며 콧잔등이 시큰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축구 선수가 있다니.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불혹의 나이에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놀랍지 않은가. 그의 2018년은 경이로웠고 올해도 흔들림 없이 영웅으로 우뚝 서 있다. ‘축구 도사’인가. 플레이를 지혜롭게 경제적으로 한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공격에 힘을 싣는 그다.

기록을 내면서 꾸준히 갈아치울 태세다. K리그 통산 215득점, 75도움을 기록 중이다. 공격 포인트 10개만 추가하면 300에 도달한다. 80(통산 득점)-80(통산 도움)클럽 가입도 바로 목전이다. 스포츠에서 기록은 깨기 위해 존재한다는데 그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희망을 말한다. “어차피 깨질 기록들이다. 그래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 은퇴하는 순간에 기록을 갖고 있는 게 의미가 있다.” 이어지는 말에 귀를 세우게 한다. “선발이든 교체든 선수에겐 주어진 임무가 있다. 100%를 다해 내기 위해 항상 생각하고 준비할 뿐이다.”

발리슛으로 대표되는 빼어난 슈팅 능력 그리고 타고난 동물적 감각.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어떤 자세에 있고 어떤 공이 날아오더라도 원터치 이내에 위협적 슛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가위 독보적이다.

그에게 굴곡이 있었음을 익히 안다. 2002한일월드컵에는 히딩크 감독에게 선택되지 못했고, 2006독일 월드컵 땐 오른쪽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회 두 달을 앞둔 불운이었다. 그의 눈물이 생각난다. 2018러시아 월드컵에는 긍정적 평판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걸림돌이 됐지 않을까. 최종 엔트리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결국 그의 월드컵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꿈의 무대, 월드컵경기장을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한 그는 비운의 스타다.

5남매를 거느린 가장이라는 사실도 예삿일이 아니다. 딸 바보란 별명에서 훈훈한 그의 인간미와 민낯을 대하는 듯하다. 그렇게 가정적이다. 축구선수로 뿜어내는 화산 같은 에너지가 가족사랑에서 발원할 것이다. 그나저나 요즘 젊은이가 아이 다섯을 두었다는 게 놀랍다. 이 점 또한 특별하다. 타고난 심성이 성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 출산으로 고민하는 시대에 단연 표창감이 아닌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이동국 선수에게서 실감한다. 축구 선수는 골로 말한다. 주위의 은퇴설을 골로 잠재우는 그다. 골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넣기 위한 완벽한 자기관리의 산물이다. 1979년 생, 그가 올 한 해 어떤 기록을 세울지, 팬들의 관심사다. 박수를 보낸다. 힘내라, 이동국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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