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팬 "성숙한 응원 문화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워"
도민 확인 절차 안 거친 구단도 비판 피하기 어려워
제주 유나이티드(SK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의 올 시즌 홈 개막전 당일 일부 원정팬이 도민이라 속여 티켓 할인을 받고 경기장에 들어갔다가 제지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16일 제주 구단에 따르면 지난 13일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7라운드 경기 시작 직후 관람객 대여섯 명이 매표소를 찾았고, 이들 가운데 1명이 “우리 다 제주도민이다. 시간이 없으니 가장 저렴한 표로 얼른 달라”라고 말했다.
매표소 관계자는 성인 기준 2만원인 E/N석 티켓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인원수에 맞게 발권해줬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이들 단체 관람객이 E/N석 티켓을 든 채 S석(원정석) 입구로 진입한 것. 알고 보니 이들은 제주도민이 아닌 전북 원정팬이었다.
입구에서 검표원이 “이 티켓으론 S석 관람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지만, 이들 원정팬은 검표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경기장에 난입했다.
그러나 때마침 지나가던 구단 프런트 1명이 이 광경을 목격했고, 뒤따라가 할인권을 취소한 뒤 S석 티켓을 재구매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원정팬 중 1명이 대표로 매표소에 가 E/N석 티켓을 S석 티켓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원정팬이 “경기 시작했는데 못 보고 있지 않느냐. 빨리 결제하라”라며 매표소 관계자에게 도리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관계자는 “처음엔 제주에 주소를 둔 전북 팬이 도민 할인을 받은 것으로 봤으나, 확인 결과 이들 모두 제주도민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자신을 제주 팬이라고 밝힌 김모씨(30)는 “원정 응원까지 올 정도면 금전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단돈 몇 푼 때문에 성숙한 응원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 또한 신분증 등 확인 절차 없이 도민 할인을 적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제주 관계자는 “경기 시작 직후에도 많은 이가 경기장을 찾았는데, 당시 시간이 촉박했고, 현장에서도 정신이 없어 별도의 확인을 거치지 못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