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와 피톤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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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최근 제5호 태풍 ‘다나스’가 오름왕국에 많은 비를 뿌리고 지나간다. 메말랐던 대지가 흠뻑 젖는다. 한동안 목말랐던 숲이 활기를 되찾는다. 이어서 찾아온 무더위는 수목의 광합성을 촉진한다. 산소가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힘없이 늘어졌던 잎들이 반질반질한 윤기를 품고 푸르름을 더한다.

이렇듯 시련 속에 찾아온 여름의 숲은 또다시 생기로 넘친다. 수목은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하며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키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목마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할 물질도 왕성하게 만들어낸다. 사람에게만큼은 숲속의 보약으로 알려진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식물의 자기보호 물질이다. ‘피톤’은 ‘식물’을 의미하고 ‘치드’는 ‘죽이다’라는 뜻이다. 1937년 러시아 토킨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다. 토킨 박사는 분비나무·소나무 잎이나 마늘 등을 잘게 잘라 아메바 같은 원시동물이나 세균류 가까이에 뒀더니 이들이 죽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그렇지만 피톤치드 물질에는 자기보호 물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곤충들이 싫어하는 물질을 방출하거나 유인하기도 한다. 미생물 등을 죽이는 살균이나 외부로부터 균의 침입을 막아내는 항균작용을 한다. 또는 삼나무처럼 자기 주변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억제하는가 하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처럼 피톤치드는 그 종류와 성분이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물질이 복합적으로 혼합돼 있다. 물질은 대부분 정유나 유지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물질이 사람에게는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종합적 항균 물질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균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균들을 광범위하게 공격하는 다목적 항생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숲속의 피톤치드는 아토피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생리적으로는 충추신경계의 흥분을 완화하거나 자율신경계의 안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는 효과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항암 면역세포인 NK세포를 증진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효과가 좋은 양질의 피톤치드는 활엽수림보다 침엽수림에서 훨씬 많이 함유돼 있다. 식물군으로 비교하면 침엽수>활엽교목>활엽관목>다년초>월년초>1년초 순이다. 침엽수 중에는 편백나무>구상나무>삼나무>전나무>소나무>잣나무 순이다. 침엽수에서 방출하는 대표적인 피톤치드 성분은 α-피넨이다.

이는 계절과 기온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기온이 올라가는 6월에서 8월 사이 여름철에 방출량이 가장 높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는 여름의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시간별로 다르다. 전문가에 따라 다소 이견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기온이 상승하는 정오 무렵 최대치를 보이다 오후 넘어 저녁으로 가면서 점차 줄어든다. 오전이 저녁보다 2~3배 정도 많이 발산하고 있다.

숲속의 위치에도 영향을 받는다. 경사가 있는 숲속 중간 부분이 오름 꼭대기보다 많다. 빽빽한 숲일수록 외부로 빠져나가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면의 숲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적합한 피톤치드 숲치유 시간대는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시간대에도 피톤치드는 있다. 중요한 것은 숲을 찾아 건강을 지키려는 의지의 문제다.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보약이라도 숲을 찾는 사람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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