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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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10여 년 전 대학 선배의 결혼 잔치에 가게 됐다. 서귀포시 성산읍 농촌 마을이 고향인 선배의 피로연은 돼지를 잡는 가문(家門) 잔치로 치러졌다.

제주 전통 혼례 풍습보다 까만 피부에 큰 눈을 가진 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온 며느리들이 인상적이었다. 돼지고기 수육과 몸국을 부지런히 나르는데 각자의 시어머니들은 안 보거나 모르는 척 했지만 표정이 흐뭇했다.

20대 초반 갓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돼지 내장이 가득 담긴 몸국을 내놓은 모습은 당시엔 낯설게 다가왔다. 지금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지만….

최근 농촌지역에 있는 소문난 맛집에 채용된 외국인 여성들이 음식을 날랐다. 마침 밭일을 하고 온 외국인 남성들이 몰려오면서 이 식당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제주도에서 가장 국제화된 곳은 농촌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다문화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7년 각 지역의 전체 결혼 인구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한 비중은 제주(10.6%)가 가장 높았고 이어 전북(9.4%) 순이었다. 지난해 국제결혼 비중 역시 제주가 11.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결혼을 한 10쌍 중 1쌍 이상이 다문화가정을 이룬 셈이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 들녘에서부터 도시에 있는 식당·호텔은 물론 먼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선까지 외국인들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3D 업종으로 꼽히는 공사장과 양돈장과 양식장에도 이들이 없다면 운영이 어렵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외국인은 2만4841명으로 전체 인구(66만7191명) 대비 3.7%를 차지했다.

체류 자격을 보면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따른 거주(F-2 비자)가 4785명(19.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비전문 취업 3965명(16%), 숙련공 취업 3593명(14.5%), 결혼 이민 2049명(8.2%), 선원 취업 1936명(7.8%), 유학 1431명(5.8%) 등 순이다.

결혼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1차 산업을 물론 관광·음식업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사회 적응과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다문화가정의 월평균 수입은 200~250만원이 26.1%로 가장 많았다. 100~200만원은 22.4%, 300~400만원은 20.1%로 넉넉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만 낮은 소득으로 빈곤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2704명에 이르고 있지만 양국의 언어와 문화 적응 교육을 실시하는 ‘레인보우스쿨’은 1개 반만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전담 인력이나 인증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못한 이주여성들은 어린 자녀들까지 말문이 늦게 트일까봐 마음이 졸이고 있다. 학교와 학원에 보낸 아이들이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항상 걱정된다고 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강성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화북동)이 사문화된 조례를 개정해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 개정을 통해 불법 체류자를 ‘미등록자’로 바꾸는 등 용어를 순화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의료지원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다문화가정은 고부 갈등과 자녀 교육, 경제 활동, 사회적 편견 해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외국인주민종합지원센터 설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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