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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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서로에 대한 애틋함으로 만나 아끼고 돌봐주는 특별한 관계가 가족이다. 부모와 자식은 대가 없는 사랑으로 슬픔과 기쁨을 함께한다. 부자이기보다는 꽃을 피우는 울타리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열심히 살아왔고 마침내 더 줄 수 없다는 미안함을 남긴 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다. 저승과 이승이 엄연히 다르며 산 자와 죽은 자가 구분되나 설명이 불가능한 그 무엇인가 있다.

영혼과의 대화는 더하거나 보탬이 있을 수 없고, 솔직함 그 자체이다. 생전 그대로이기도 하고 젊고 아름다운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불현듯 나타나기도 하며 오랜 설득 끝에 마지못해 올 때도 있다. 손님처럼 왔다가 이내 친해지기도 하며, 평소 즐기던 음식에 고마움을 표하며 술로 위로받고 싶다 요구도 다양하다. 마지막은 잊지 말라는 당부이다.

지인은 집장사를 하는데 규모가 보통을 넘어선 기업 수준이다. 호탕하며 이런저런 감투에 형, 아우 의리로 뭉쳐 일거리가 끊이지 않아 부자 소리를 듣는다. 이미지 관리에도 신경 써 멋쟁이로 통해졌다. 어렵게 자수성가를 한 것은 침이 마르지 않는 자랑거리요, 서러웠던 눈물은 안줏거리였다.

그런가 싶었는데 어느 날부터 얼굴에는 먹구름이 덮여 있고 뭔가에 쫓기는 표정에 불안해했다.

알고 보니 경기 탓도 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문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밑에 사람이 공금을 횡령해 부도 일보 직전이란다. 측은지심에 사정을 듣다가 불현듯 모친의 산소가 어디냐 하니 시립화장터 납골당에 모셨단다. 아니 부러울 게 없이 살면서 무슨 경우냐 하니 궁색한 변명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후에 나 몰라라 신경도 안 써 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단다. 습하고 구석진 곳에 버려둔 채 혼을 내줄까 했지만 나중이고, 집안 내력을 알아보니 다행히도 외가 쪽에 선산이 있었다. 전후 사정을 알리고 양해를 구해 땅을 조금만 빌려 유골함을 묻으라 하니 대신해달란다. 무섭고 두렵기도 해 동행만 하겠단다.

간소한 절차를 마치고 돌아오니 새벽에 어머니가 흰옷을 입고 꿈에 오셔서 봉투를 전해줬단다. 용서해달라 외침에는 어서 가라는 손짓만 하셨단다. 길몽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자수 해서 조금의 손해는 봤지만 급한불은 껐단다. 재기에 성공해 과거의 허세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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