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에 의한 소비와 욕망에 의한 소비
필요에 의한 소비와 욕망에 의한 소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정숙,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부 교수·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우리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많은 것을 구매하고 소비한다. 소비에서 중요한 것은 필요(Needs)와 욕망(Wants)을 관리하는 것이다. 필요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이고 욕망은 원하는 것이다. 이동을 위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필요에 의한 소비지만 멋진 차를 가지고 싶어 멀쩡한 차를 팔고 새로 사는 것은 욕망에 의한 소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와 욕망을 구분하지 않고 소비 자체를 삶의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쇼핑을 즐기고 신상품에 매료돼 플라스틱 카드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 소비 유혹이 강하여 거부하지 못한다.

욕망에 의해 소비하는 사람은 소비를 통해 인정받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를 원하고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돈 때문에 건강을 해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카드대금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느 순간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무너져 빚을 지게 된다. 빚은 또 다른 빚으로 이어져 신음한다. 개인의 삶을 서서히 파괴시키게 된다.

필요에 의해 소비하는 사람은 돈을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소유가 아니라 꿈을 이루려고 돈을 번다.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소득과 지출이 균형을 유지하므로 빚을 지지 않는다.

건강한 소비생활을 하려면 소비에 대한 관점이 변해야 한다. 필요에 의한 소비를 중심으로 생활해야 한다. 세상이 만든 기준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원칙을 세워야 하고, 돈의 가치를 소중하게 인식하되 노예가 되지 않아야 하며, 버는 일과 쓰는 일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선택된 소비와 절제된 욕망으로 소비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때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돈으로 눈에 보이는 상품은 물론 보이지 않는 서비스도 구입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돈에 넘어간 사람도 있고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돈을 많이 벌려는 이유는 언제든 원하는 것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하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에도 단계가 있다. 필요에 의한 소비도 줄여야할 단계가 있고, 필요에 의한 소비만 해야 할 단계가 있다. 그리고 욕망에 의한 소비를 해도 될 단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한 소비만 해야 할 단계에 욕망에 의한 소비를 한다. 욕망에 의한 소비를 뒤로 미루는 만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지게 된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짧은 순간 행복해질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욕망은 충족이 되면 일상이 되어 더 큰 다른 욕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 높고 더 쾌감을 주는 소비를 하지 않으면 불만이 생기게 된다. 과거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지만 과거보다 더 행복하지 않다. 소비는 하면 할수록 갈증이 심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은 ‘사람들은 무엇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르는 목마름 병에 걸렸으므로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 말라’는 법문을 남기셨다. 우리가 하는 소비 중 필요에 의한 소비는 어떤 것이고 욕망에 의한 소비는 어떤 것인지, 필요와 욕망을 동일시하는 착시로 욕망에 의해 소비하면서 필요에 의해 소비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점검해 보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