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문화재 지정 초가 관리 이래서야
민속문화재 지정 초가 관리 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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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소재 문형행 가옥이 1978년에 제주도 민속문화재(제3-8호)로 지정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예스러움을 간직한 몇 안 되는 전통 초가로서 보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 초가는 옛 제주인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약간 거리를 둬 자리 잡은 안 거리(안채)와 밖 거리(바깥채)는 결혼한 자녀가 한 울타리에서 부모와 살면서도 독립적인 세대를 구성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강렬한 햇빛이나 비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풍채(차양)는 그들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여기에 우영밭(텃밭)과 쇠막(외양간), 통시(화장실) 등을 갖춰 역사적·학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본지 기자가 전하는 지금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이게 제주도 지정 전통 초가가 맞나 싶을 정도다. 기둥은 썩어가고 있고, 지붕은 띠(억새) 대신에 비닐을 뒤집어써 멀리서 보면 초가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풍채는 가까스로 끈에 의존한 채 덜렁거리고 있다. 내부의 대들보는 파손되고, 문짝은 힘없게 너덜거리고 있다. 행정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문화재로 지정만 하면 그만인가.

아무리 가치 있는 건물이라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빛을 발한다. 타지방의 고택들이 어떻게 유구한 세월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가. 정성껏 관리해서다. 그런데 제주의 전통 초가는 크게 훼손되고 안내문만 찬란하다. 창피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이 초가엔 도민과 관광객들이 심심치 않게 찾고 있다. “이게 전통 초가의 제 모습인가”라고 반문하며 흉을 볼까 두렵다.

그나마 제주도가 내년에 정비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왕이면 제대로 했으면 한다. 전통 초가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야 할 것이다. 옛 제주인들의 삶의 현장이며 후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이어서다. 내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험 공간 등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도 고민해야 한다. 다른 전통 초가들의 사정은 어떤지도 살펴보고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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