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과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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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무사 영 더웜시냐 원, 기자 써넝() 쉰다리나 () 사발 들이켜시민 살아지켜.” 타지인에겐 외계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제주인들의 귀엔 전혀 낯설지 않고 들을수록 정감이 넘치는 표현이 아닌가. 이처럼 친숙하고 소중한 우리 자산인 제주어가 메스미디어의 발달과 시류에 묻혀 나날이 퇴로를 걷는 것 같아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회성과 더불어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의 산물이기에 민족이나 지역에 따라 소통되는 언어가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유행, 소멸의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하게 마련이다. 단지 지역별로 그 속도에 차이를 보일 뿐이다. 대략 3000여 종에 달하는 세계 언어가 다 그러하다.

우리 제주어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음은 당연하다. 다만 언어주권설이 입증하듯,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중세 국어의 모습을 비교적 온전히 유지해 온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제주어는 생뚱맞거나 전혀 생소한 말이 아니라 오히려 어학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 언어의 옛 모습을 폭넓게 고찰할 수 있는 사금 같은 연구 자료라 할 것이다.

물론 국민이면 누구나 표준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표준어를 즐겨 쓰면 고상해 보이고, 사투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어딘지 저급해 보인다는 견해는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요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표준어는 주로 학교 교육을 통해 습득하기 때문에 표준어를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 수준이 높음을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고상함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표준어에서 깔끔함이 묻어난다면, 제주어에는 가마솥의 누룽지 같은 구수함이 내재되어 있다.

무릇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다. ‘제주도방언집발간, ‘제주어 표기법제정, 제주어 말하기 대회 등은 모두 제주인의 정체성의 표상인 제주어가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제주연구원 산하 제주학연구센터와 제주어종합상담실 개설은 이런 측면에서 진정 축하할 만한 일이다. 차제에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어 자료 발굴과 함께 지속적인 보존과 적극적 활용을 위한 혜안을 마련하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하여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기를 기원하면서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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