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는 자유가 없다
양심에는 자유가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여생 수필가

환경 보존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너나없이 절실하다.

마을 동 부녀회장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도 성장해 독립했으니 이제는 마을에 봉사해야 하지 않겠냐는 주변의 제의를 선뜻 수락하고 만다. 마을 봉사라는 말에 일단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

몇 개월째 마을길에 꽃도 심고 풀 뽑기 작업을 하고 있다. 드디어 시기가 되었다. 이제는 ‘농업폐기물집하장’에 모인 농업폐기물 분류 작업을 해야 한다. 농작물 파종 전에 농업폐기물집하장을 비워 둬야 파종 준비하며 생기는 농업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어서이다. 농업폐기물 분류 작업을 하는 날은 은근히 신경 쓰인다. 부녀회 활동 중에 그 일을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귀 넘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새내기라 긴장했다. 농업폐기물 분류 작업은 5시부터 시작이다. 여름의 절정이라 이른 시간에 작업을 하지 않으면 더워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늦지 않게 현장에 나가야 하므로 4시 20분에 알람을 설정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약속 시각 10분 전에 도착하니 마을 부녀회장님은 이미 와 작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하장 문이 열리면서 전쟁이 시작이다. 농약 빈 병과 뚜껑 분리하기, 농약봉지와 농업용 폐비닐 분류하기, 생활 쓰레기 분류하기, 소각할 수 있는 폐기물 분류하고 소각하기. 몇 팀으로 나눠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모든 분류 작업이 끝나면 자원재활용 업체에서 전량 수거해 가고 있다. 재활용 업체에 판매한 수익금은 부녀회 자금에 보태 마을 어르신 경로잔치와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농약 빈 병 뚜껑 분리 작업을 하는데 쉽지가 않다. 손목에 힘을 줘야만 열리는 병이 적잖이 많다. 몇 시간째 병뚜껑을 열었더니 이제는 ‘이 손목이 내 손목인가’ 한다. 간혹 농약 빈 병과 뚜껑이 분리돼 나올 때는 이게 웬 행운이가 싶기도 하다. 이래서 마을 총회 때 부녀회장님이 사용하고 난 농약병을 버릴 때는 뚜껑과 병을 분리하고 배출해줄 것을 당부했는가 싶다.

새벽부터 시작한 작업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농약에 중독된 것일까, 입안이 싸하다. 이쯤 되니 투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활 쓰레기는 ‘클린하우스’가 있는데 왜 농업폐기물집하장에 버리는지 모르겠다며 한마디씩 투덜댄다. ‘참 양심 없네.’라는 말이 절로 난다. 그 쓰레기 처리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이렇게 양심을 저버리는 것일까. 이제는 어느 정도 생활 쓰레기 분리 배출이 생활화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비양심적인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 작업량의 4분의 1이 생활 쓰레기였다.

양심에는 자유가 없다. 우리 모두가 양심을 바르게 다스릴 때 함께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릴 수 있다. 또한,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재인식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트인다. 생활 쓰레기는 클린하우스에, 농업폐기물은 농업폐기물집하장에 분리 배출할 때 우리의 도덕적 양심은 가치를 더할 것이다. 환경 보존과 쾌적한 농촌 환경을 위해 올바른 영농폐기물 분리 배출에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