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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제주도의 오름이나 들에 있는 소나무나 삼나무 숲은 대부분 6·25 전쟁 후 10여 년에 걸쳐 심은 나무들이다. 그 당시 봄만 되면 당국에서 중·산간 마을에 대량으로 소나무묘목을 할당했다. 따라서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 까지 동원해서 심었다. 어른이 삽으로 땅을 푹 찔러 파면 묘목을 하나나 둘을 꼽고 흙을 덮고 팍팍 밟았다. 하나만 심어야 되는데 빨리 심기 위해 두 개를 심기도 했다. 왜 두 개냐고 물으면 몇 년 후에 실한 것은 남겨두고 하나는 잘라 땔감으로 쓰면 된다고 했다. 몇 년이 지나자 삼나무 묘목으로 바뀌었다. 곧게 빨리 자라는 삼나무는 전봇대로 사용된다는 말도 했다. 감귤원 방풍림으로도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삼나무는 전봇대는커녕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목재로 쓰임도 한계가 있어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나무도 재선충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제주의 오름들은 민둥산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새별오름을 제외하면 소나무나 삼나무들이 푸르게 지키고 있다. 나무를 심은 분들 덕분이다.

올해 초여름 신산공원 동쪽 공간에 3m 쯤 되는 나무 30여 그루를 심었다. 지금은 반 이상이 고사했고, 나머지도 헉헉대고 있다. 왜 이럴까? 적기에 심지 않았거나, 묘목이 부실하거나 토양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달 초 제주도 당국은 2023년까지 78억 원을 들여 나무 500만 그루를 심겠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 저감, 폭염 대비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강한 산림경관 회복과 생활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해 100만 그루씩 심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 어떤 나무를 어느 곳에 심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심은 나무를 잘 가꿔나가는 것도 소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넓은 들엔 경제성이 높고 피톤치드의 왕자 편백나무를 많이 심었으면 한다. 가로수는 여름에 그늘지고 겨울엔 따뜻한 햇살을 받게 하는 낙엽수가 장점을 갖고 있다. 일주도로변엔 키 작은 꽃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그래야 한라산과 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한 산간 지역은 간벌이나 가지치기를 해서 시야가 훤히 트이도록 해야 한다. 식목은 미래의 희망을 심는 일이다. 제발 100년 이상 내다보는 나무심기를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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