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숲의 소리’
가장 아름다운 ‘숲의 소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한영호,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8월의 끝자락을 알리고 있다. 무더위와 함께 녹음이 짙어간다. 숲은 절정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숲으로 향한다. 숲길을 걸으며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다양한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여온다. 마치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 같다.

나뭇가지 위에서 새들이 지저귄다. 각각의 고유한 음색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에 가지와 나뭇잎이 부딪힌다. 곧이어 매미가 고음으로 장단을 맞춘다. 낮은 음의 풀벌레 소리도 은은하게 들려온다. 귀뚜라미 소리도 조금씩 곁들인다.

이는 여름의 끝 무렵에 울려 퍼지는 오름왕국 숲의 소리다. 봄에는 청아한 새소리가 일품이다. 한 가지 특정한 소리가 뚜렷하다.

여름에는 수많은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장엄하고 중후하다. 가을로 접어들면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다. 멀어져 가는 고향의 소리처럼 말이다. 겨울이 오면 생명의 소리는 거의 사라진다. 날카롭고 매서운 바람 소리만이 쌩쌩거릴 뿐이다.

숲의 소리는 임상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삼나무·소나무 등 인공림 숲에서의 소리는 대부분 바람 소리가 우세하다. 새소리·곤충 소리 등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반면에 자연림에서는 생명의 소리가 합창한다. 다양한 곡들이 울려 퍼진다. 이처럼 임상에 따라 서식하는 생명이 다르기에 그에 따른 소리도 모두 다르다.

그러함에도 숲의 소리는 듣기에 싫지 않다. 다시 말해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런 소리를 일명 백색소음이라고 한다. 백색소음은 다양한 소리가 합쳐 넓은 음폭을 가진 소리를 말한다. 여기서 백색은 백색광에서 유래된다. 7가지 무지개색이 혼합되면서 하나의 흰색으로 나타난다. 백색소음도 그렇게 조합된 소리다. 예를 들면 비 오는 소리, 폭포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파도치는 소리, 바람 소리 등이다. 이들 소리는 평상시에도 자주 듣는 소리이기 때문에 비록 소음일지라도 싫지 않다.

이에는 리듬도 있다. 이를 f분의 1(1/f) 리듬이라고 한다. 자연리듬, 또는 생명리듬이다.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끼는 리듬이다. 어느 물리학자는 줄지어 서 있는 록키산맥 산봉우리들의 높낮이를 소리로 변환해 아주 그럴듯한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지형의 굴곡을 이용한 음악의 장르를 프랙탈 음악이라고 한다.

1/f 리듬에는 규칙성과 불규칙성의 조화를 이룬다. 예를 들면 처음 듣는 대중가요라도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이 있다. 마치 귀에 익은 멜로디가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함에도 뻔한 멜로디가 아니다.

그 속에는 어딘가 새롭고 신선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 잘 짜인 부드러움과 편안함 속에 새롭고 참신함이 녹아있다.

숲의 소리에 대한 연구결과도 많다. 일본의 연구에서는 숲속 시냇물 소리와 휘파람새·뻐꾸기 소리를 눈 감고 들을 때 전두전야와 교감신경 활동이 진정된다고 한다. 한국산림치유포럼의 연구에서도 시냇물 소리가 분노를 가라앉히고 피로를 풀어준다고 한다.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걷거나 명상을 하면 알파파가 활성화되면서 정신이 안정화된다.

실제 소로우도 월튼 숲 체험에서 개똥지빠귀 소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가? 현대인들 대부분은 도시 소음에 빠져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숲의 소리와 공명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마음속 깊은 영혼까지 깨끗하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