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여행의 지속가능성, 관계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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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논설위원

올 추석,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제주, 방콕, 다낭이라 한다. 어느 여행 관련업체가 추석 연휴 기간의 항공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세 도시는 관광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관광 휴양지란 특성을 띈다. ‘추석 연휴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문화’라는 여행사들의 부추김 때문일까? 여행지에서 추석을 보낸다 생각하니, 왠지 꿩 먹고 알 먹는 기분이 든다. 제주도는 대문만 나서면 온 세상이 관광지 아닌가.

뿐만 아니라 제주는 주거지로도 인기다. 지난여름, 여론조사업체들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을 조사한 통계다. 1위 강남, 2위 서귀포, 3위 제주시. 하지만, 서귀포와 제주시를 합하면 강남을 능가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주도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본 조사의 담당자는 ‘일종의 로망’이라 답한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열풍처럼.

그러나 현지의 여론은 ‘팩트(fact;실제)’라 한다. 마을에서 펜션이나 민박을 운영하는 주민들에게 확인한 바, ‘제주도가 좋아서’가 답이다. 여행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제주도로 온단다. 휴양을 위하여. 마치 고향집을 찾아오듯이, 단골고객의 재방문처럼. 이들은 주로 숙소에 머물면서 동네를 산책하고, 삶의 모습을 감상하며, 마을에서 식사한다. 일종의 마을여행자다. 이들에게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다.

사실 제주도의 여러 마을들에서 싹트기 시작한 마을여행은 관계마케팅을 필요로 한다. 관계마케팅은 기업이 고객을 만났을 때 신뢰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여 나가는 전략이다. 이는 마치 마을여행에 스며들어 있는 공정여행의 개념을 환기시킨다. 공정여행 속의 여행자는 마을에서 먹고 자는 밀착적인 관계 속에서 주민들의 삶을 체험하고 소통한다. 그리고 소중함을 느끼는 가운데 마을의 이익을 생각한다. 이를 두고 사회적기업인 트래블러스맵은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가?’라고 자문하며, ‘희망을 여행하라’고 주문한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환경을 보호하며,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주민과 만나는 공정여행을 통해.

올해 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의 본능을 불러일으킨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환대와 신뢰의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요약컨대,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생이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오고,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결국은 떠난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신생아로 지구라는 별에 도착한다. 그러므로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고향을 떠나 먼 곳에서 지내는 경우에는 낯선 사람을 신뢰하게 된다. 신뢰란 전혀 동기를 짐작할 수 없는 이를 의지하게 만드는 힘이며, 다른 생명체와 맺어지는 관계 가운데 큰 기쁨을 준다. 여행자가 보내는 신뢰는 환대와 쌍을 이룬다. 신뢰를 보내는 여행자에게 인류는 환대로 응답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쯤에서 관계마케팅의 시작인 환대를 생각해본다. 정다운 눈길로 사람을 반기고, 따뜻한 가슴으로 필요를 살피며, 근면한 손으로 도움을 건네는 태도. 이 환대야 말로 절해고도인 제주도에서는 입도인(여행자)에 대한 거주인의 예의가 아니었을까. 이에 반응한 신뢰를 통해 형성된 관계야 말로 이 섬의 역사, 여행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관광산업의 또 다른 이름이 환대산업인 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9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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