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와 의장의 정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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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도민사회 갈등을 해소할 제2공항 공론조사를 왜 하지 않느냐”(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문재인 정부가 결정(찬성)한 국책 사업을 왜 도민과 도(道)에 떠넘기느냐”(원희룡 제주도지사).

제2공항 반대 측이 주도한 공론화 요구 청원이 지난 24일 도의회에서 채택된 가운데 원희룡 지사와 김태석 의장이 그동안 발언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김 의장은 제2공항 건설을 도민의 자기결정권으로 도민의 뜻으로 결정하자는 반면, 원 지사는 도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더불어민주당 지역 국회의원들부터 뒤로 숨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해왔다.

이 사안에 대해 양보와 협치는 없을 듯하다. 1년 전에는 상황에 달랐다.

민선 7기와 11대 의회가 출범한 지난해 7월 김 의장과 원 지사는 새로운 협치의 실험으로 ‘도·의회 상설정책협의회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전격 발표했다.

김 의장은 “협치는 먼저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우선 배려하고 양보하는 상호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자, 원 지사는 손을 잡으며 화답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도·의회 상설정책협의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아니 못했다). 제2공항 공론조사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순간 협치가 깨지기 때문이다.

공론화 요구 청원이 의회에서 가결되면서 협치는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설명회, 토론회, 설문조사, 도민 배심원단 구성 등 공론조사를 하려면 최소 2억원 넘게 소요되는 데 예산 편성권을 쥔 원 지사가 돈을 내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원 지사와 김 의장의 기 싸움은 앞으로 도정과 의정의 대결 구도로 번질까봐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10월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11월에는 2020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정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서로 밀당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한 바탕 정쟁이 펼쳐질 분위기다.

이미 시설공단 설립 조례안부터 불똥이 튀었다. 연내 설립은 물 건너 갔고 조례안 상정 여부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도 시설공단관리설립준비단은 해체설까지 나돌고 있다.

김 의장이 지난 7월에 이어 9월 회기에도 조례안을 상임위에 회부하지 않아 안건은 캐비닛 속에서 잠들었다.

지난 23일 민주당 의원 5명이 속한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제2공항 공론화 요구 청원을 심사하는데 무소속 의원 2명이 반기를 들었다.

안창남 의원은 “의원 발의로 의회가 제정한 숙의민주주의 조례는 도정 사업만 공론조사를 할 수 있고 국책 사업은 할 수 없다. 의회 스스로가 조례를 어기면서 왜 상임위에서 공론조사를 다뤄야 하느냐”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안 의원은 “조례안을 의장이 상임위에 회부하지 않는 것은 국회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면 시설공단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다뤄야한다”고 따졌다.

강연호 의원은 “공론화 문제로 지금 환도위 의원들이 대립하고 있다”고 일갈한 후 지난 6월 중앙지에 보도된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영국 항공교통시장 조사기업인 OAG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제주~김포 노선 운항 횟수는 7만9460회에 달했다. 2위 멜버른~시드니(5만4102회)나 3위 뭄바이~델리(4만5188회)와 큰 차이다. 심야·새벽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5~10분마다 비행기가 뜨는 셈이다…(중략) 항공편이 몰리는데 사실상 활주로는 하나밖에 없어 제주공항은 ‘단골 지연’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공론조사로 고성이 오고갔던 환도위에서 이 얘기가 나오자 반박하는 의원은 나오지 않았다.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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