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제주4·3 관련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오히려 제가 서울 출신이기 때문에 제주4·3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의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3은 인류보편적인 인권문제로 지역에 상관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출신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때가 4·3이 진정한 해결로 접어든 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주의 아픈 역사 4·3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비영리단체 ‘제주다크투어’다.
백가윤 대표(36)는 제주다크투어를 통해 제주4ㆍ3 학살터, 주둔지, 비석 등 탐방 코스를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관련 유적을 기록해 국내외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 대표가 제주4·3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인권·사회활동가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동참하면서다.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간사로 활동하던 백 대표는 2012년 4월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함께하기 위해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당시 백 대표는 제주로 파견 나온 타지역 경찰들을 보며 마을주민들이 ‘제2의 4·3이다’고 하는 말에서 처음 4·3을 알게 됐다.
이후 강정마을을 방문한 국제 평화·인권 활동가들을 4·3평화공원 등에 안내하며 4·3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제주다크투어’ 운영을 결심하게 됐다.
백 대표는 “4·3은 단순히 안타까운 아픈 역사로 기억 되기보다 남북 분단을 반대하고, 국가 탄압에 맞선 저항의 역사이기 때문에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한 평화·인권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주다크투어를 만드는 것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지역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았고 아름다운 재단을 통한 지원도 받게 됐다.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제주 사람도 아닌데 4·3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겠느냐’는 편견이었다. 일각에서는 제주4·3을 가지고 장사를 한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백가윤 대표는 “모든 오해를 불식 시키는 것은 끝까지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4·3 관련 행사나 지역 위령제 등 현장을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에서 민감한 사안인 4·3으로 다크투어를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4·3이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제주다크투어 운영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인터넷을 통한 4·3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4·3 현장이나 유적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인터넷 지도와 포털사이트에 등록하고, 4·3 관련 정보들을 데이터화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백 대표는 4·3뿐 아니라 아시아의 현대사 문제들을 연계하는 국제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백가윤 대표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라오스 폭격으로 인한 폭탄 철거를 촉구하는 운동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가 미국에 라오스를 알리는 데만 15년이 걸렸다”며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앞으로 꾸준히 제주4·3을 알려나가는데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