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사고 벗어난 법치주의…이 과정 자체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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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수 前 대법관

제주보가 제주 출신 인사 중 정치·경제·행정·교육·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 걸쳐 독보적인 성과와 실적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분들을 강사로 초빙, ‘제주() 아카데미를 운영한다제주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높이고 제주 미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는 이번 아카데미는 대한민국 민법학 최고 권위자인 양창수 전 대법관을 시작으로 올해 연말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진행된다편집자 주

양창수 前 대법관이 지난 4일 제주시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 강좌’에서 도민들을 대상으로 법치주의와 정치철학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양창수 前 대법관이 지난 4일 제주시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 강좌’에서 도민들을 대상으로 법치주의와 정치철학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한국사회가 헌법을 기본으로 하는 법치주의 국가로 바뀐 것 자체가 혁명입니다. 하지만 식민지 경험과 민족적 자존심 등 여러 문제로 그 혁명 이념이 제대로 구현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헌법에서 이야기하는 평등하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4일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열린 제주 () 아카데미첫번째 강좌에 양창수 전 대법관이 강연자로 나섰다.

제주시 일도1동 출신으로 1970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 합격한 양 전 대법관은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과 육군 법무관을 거쳐 197911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첫 발령을 받았다.

그 후 서울형사지방법원과 부산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한 후 1984년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돼 근무를 하다 1985년 판사직을 사직하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법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던 2008년 이용훈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20089월부터 20149월까지 6년간 대법관을 역임했으며 퇴임 후 지금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예비 법조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양 전 대법관은 이날 강연을 통해 우리나라 민주주의 실현 과정을 토대로 헌법에 의한 법치주의에 대해 설명했다.

유교 이데올로기 벗어나 법치주의 사회로=양 전 대법관은 우리나라가 유교 중심의 사회에서 헌법 중심의 법치주의 사회로 변화했으며 이 변화 과정을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관은 과거 우리 사회는 양반 중심의 신분제 사회로 유교 이데올로기에 의해 움직이던 사회였다면서 하지만 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돼 새 국가가 되면서 이념을 내건 것이 헌법이며, 이를 중심으로 하는 법치주의 사회로 변화했다. 국가의 사회운영원리가 180도 전환된 것. 그것이 혁명이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은 각 개인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다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각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꿈꾸며 만들어 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관은 우리 역사 속 여러 가지 사안들로 인해 헌법이 그 이념을 다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관은 우리나라는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민족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이를 되찾기 위해 긍지를 갖게 하는 요소를 강조하다 보니 전 세대와의 단절이 아닌 연속을 강조하게 됐다헌법적 이념에서는 사람에 가치를 다르게 보는 유교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야 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게 되면서 결국 개인보다 단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창수 前 대법관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인 아카데미 참석자들의 모습.<br>
양창수 前 대법관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인 아카데미 참석자들의 모습.

사회 발달과 함께 헌법 이념 재조명=양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헌법의 이념이 제대로 발휘되지는 못했지만 이후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 이념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관은 과거 우리나라는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유지되면서 가부장적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됐다헌법의 기본적 이념이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것인데 남녀평등이 무너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 할머니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고, 어머니는 교육은 받았지만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아내는 번역가로서 열심히 일을 해 왔고, 내 딸은 해외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정도로 고도의 교육을 받았다할머니부터 어머니와 아내, 딸까지 총 4세대가 살아가는 모습부터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민법을 살펴보면 여성의 상속권은 남성의 50% 수준이었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경제적 여건이 너무 낮은 단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권리와 개인의 자유가 공허한 구호에 그친 단계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진정한 가치 발휘해야=양 전 대법관은 이 같은 단계를 거친 대한민국이 현재에 와서 헌법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이 해방되고 6·25전쟁을 거친 후 빠른 발전을 거쳐 이제 우리나라는 국민 소득 3만불 이상인 시대가 왔다이제는 여성들이 집안에서 살림을 해 가정을 가꿔야 한다고 말하면 도저히 먹히지 않는다. 인식이 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85년에는 서울대 법과대학 입학정원 중 여학생은 1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 넘어가며 여성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고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헌법이 그만큼 실현된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관은 우리나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고 세계가 다 이를 높이 평가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등 문제들이 남아있다이를 모두 해소하고 진정한 평등과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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