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노래에 억새가 춤추고··사람은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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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따라비오름(上)
오름의 여왕···3개의 원형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 지녀
북쪽에 새끼오름, 동쪽에 모지·장자오름 있어 가장격 오름
바람난장 문화패가 지난 5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소재 따라비오름을 올랐다. 오름의 여왕 따라비 오름에서 억새에 취해 바람난장은 추억으로 돌아와 풍경이 된다. 홍진숙 作, 따라비 오름.
바람난장 문화패가 지난 5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소재 따라비오름을 올랐다. 오름의 여왕 따라비 오름에서 억새에 취해 바람난장은 추억으로 돌아와 풍경이 된다. 홍진숙 作, 따라비 오름.

오늘 바람난장은 가시리에 위치한 따라비오름이다. 언제나 그렇듯 다음 바람난장이 정해지면 문순자 시인은 낭송시를 고르고 낭송가에게 전한다. 오늘 낭송시는 오승철 시인의 한가을과 김영순시인의 갑마장길 4 타래난초가 정해졌다. 사진작가 허영숙 작가는 예리하게 따라비오름과 참여 예술가들을 담아낼 준비를 하고 최현철 음향담당은 무거운 음향장비를 들고 왔다. 가을을 준비하듯 아들 둘을 데리고 와서 오늘의 관객이 되었다. 따라비를 오르내리는 가을 산행길에 나선 사람들의 걸음은 가볍다. 정상아래 마련한 무대도 좋다. 따라비에서 난장은 두 번째다. 작년에는 정상에서 바람 부는 날 만개한 억새의 춤 밭에서 난장을 펼쳤었다. 난장을 끝내고 가는 길에 능선을 따라 걷다가 억새에 취해 일행을 놓치고 오름을 헤매기도 했었던 바람난장은 추억으로 돌아와 풍경이 된다.

따라비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오름이다. 말굽형태로 터진 3개의 굼부리를 중심으로 좌, 우 두 곳의 말굽형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총 3개의 원형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북쪽에 새끼오름, 동쪽에 모지오름과 장자오름이 위치하고 있어 가장격이라하여 따애비라 불리던 것이 따래비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는데서 유래하여 땅하래비즉 지조악(地祖岳)이라 불리기도 한다.

따라비오름 가을 풍경처럼 바람난장이 풍경이 되어 들어온다.

황경수 제주대 교수와 김영곤 성악가가 듀엣으로 ‘얼굴’을 부르며 난장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든다. 부드러운 음색이 바람을 불러온다.
황경수 제주대 교수와 김영곤 성악가가 듀엣으로 ‘얼굴’을 부르며 난장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든다. 부드러운 음색이 바람을 불러온다.

황경수 대표가 산노을로 난장의 문을 연다. ‘산노을로 시작된 바람난장은 가을을 열기에 충분했다. 가을과 어울리는 사람이다. 성악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도 성악가 같다. 함께한 김영곤 성악가는 시간에 기대어를 불렀다. 가을 따라비와 어울리는 부드러운 음색이 바람을 불러왔다. 억새의 흔들림으로 애잔하기까지 하다. 억새가 따라비오름에서 너울질 때 가을에 빠져 흠뻑 젖는다. 황경수대표와 김영곤성악가의 듀엣으로 얼굴을 이관홍 플릇 연주가의 연주에 맞춰 부른다. 바람난장이 진행될수록 따라비에는 나비가 팔락이듯 날개를 편 구름이 오름 정상을 덮는가 싶더니 금새 점점이 흩어진다. 이어서 오승철 시인의 한가을을 연극인 정민자님이 낭송한다.

 

한가을
오승철
 
한여름과 한겨울 사이 한가을이 있다면
만섬 햇살 갑마장길 바로 오늘쯤이리
잘 익은 따라비오름 물봉선 터뜨리는
 
고추잠자리 잔광마저 맑게 씻긴 그런 날
벌초며 추석 명절 갓 넘긴 봉분 몇 채
무덤 속 갖고 가자던 그 말조차 흘리겠네
 
길따라
말갈기 따라
청보라 섬잔대 따라
아직도 방생 못한 이 땅의 그리움 . 하나
섬 억새 물결 없어도 숨비소리 터지겠네
정민자 연극인이 오승철 시인의 시 ‘한가을’을 낭송했다. 따라비의 반을 가져온 듯한 시인의 시를 듣는 동안 잘익은 억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민자 연극인이 오승철 시인의 시 ‘한가을’을 낭송했다. 따라비의 반을 가져온 듯한 시인의 시를 듣는 동안 잘익은 억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따라비의 반을 가져온 듯한 오승철 시인의 시를 듣는 동안 잘 익은 억새보다 지금 막 피어 오른 붉은억새가 따라비오름을 흔들고 우리의 귀를 흔들었다. 사르륵 거리며 억새를 흔들어대는 바람은 알아달라는 듯이 거세게 바람난장을 흔들었다. 그 와중에도 가을햇살에 물오른 들꽃이 보랏빛 색을 올리느라 애쓰고 있다. 가을을 느끼기에 딱 알맞은 날을 택일한 바람난장은 오늘도 바람을 데리고 따라비에 도착한 듯하다.

넓은 갑마장길에 햇살을 다 받은 한가을 배부른 갑마장 길 걷는 것도 쉽겠다. 가을의 소리는 여름을 지나는 동안 터져 나온 붉은 억새를 보면 안다. 그냥 터져 나왔을 리 없는 핏빛으로 가닥을 세고 나오는 외침 같은 소리 사르륵 사르륵, 바람을 만난 말울음도 그 소리였을 것이다.

김정희 시인이 바람난장의 사회를 본다. 나비가 팔락이듯 날개를 편 구름이 오름 정상을 덮은 배경을 뒤로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 퍼진다.
김정희 시인이 바람난장의 사회를 본다. 나비가 팔락이듯 날개를 편 구름이 오름 정상을 덮은 배경을 뒤로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 퍼진다.

조금 전 사라진 나비가 다시 살아나 돌아온 듯 바람은 따라비오름에서 산다.

 

사회=김정희
시낭송=정민자·강상훈
그림=홍진숙
무용=강다혜
음악=이관홍·김영곤·김민경·황경수
사진·영상=허영숙
음향=최현철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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