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인간은 변하는 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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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후, 제주감귤농협 연동지점장·심리상담사/논설위원

요즘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간에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은 불안하다. 불안사회에서 피로사회로 넘어가는 분위기이다. 피로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로 국민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독일에서 발생한 피로사회가 이젠 한국에 정착되었다. 성공보다는 번아웃, 우울증, ADHD 등과 같은 정신질환이 우리도 모르게 만연하고 있다. 우리 한국인의 특성인 ‘쏠림 현상’에 빠져들고 있는 현시점에 멘토로부터 피로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글을 써보라는 요청을 받고 깨우친 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는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편안한 상담사가 되어주고 싶다. 내가 칼럼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걱정하고 있는 이들에게 시야를 넓히고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심리 상담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가 불안에 잠식 당하고 있다는 걸 깨닫곤 하는데 우리가 선택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잘못된 선택으로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우리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확증편향’ 때문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이나 기대와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수용하지만 신념과 어긋나는 정보는 그것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올바른 정보라도 무시하거나 거부해 버리는 심리적 편향을 말한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하면서 남의 말을 절대 안 듣는 ‘똥고집’과 같다. 극단적으로 자기 신념에 상응하는 사실만을 편향적으로 편집해서 자기 주관을 더욱 강화시키는 ‘확증편향’에 걸려들면 분위기 파악 능력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목적도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세계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내 신념과 확신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다른 생각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는데 나이가 들면 내 입장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면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한마디로 ‘감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을 몹시 피곤하게 만든다’라는 것이다.

‘자기 신념 보존 편향성’이라는 말이 있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고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사람일수록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체계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무의식적 확증편향은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편견이나 선입견을 고치기 어려운가를 설명해준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절대 색안경을 쓰고 있지 않으며, 맨눈으로 공정하게 사실만 보고 판단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이다. 확증편향은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숨어서 우리를 지배한다. 사사로운 일상생활에서부터 넓게는 삶의 가치관이나 종교, 정치적 판단과 선택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확증편향이 과도해지면 공동체의 삶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금 한국 사회가 정치적 확증편향의 문제로 심각하다.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 국가의 미래와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싼 생산적인 토론은 실종되고 어리석은 색깔론과 조직 이기주의 밥그릇 싸움만 활활 타오른다. 상생의 정치는 사라지고 증오와 불신을 부추기는 권력 투쟁만 남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정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더 현명하고 객관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자기 속에 있는 무의식적인 확증편향에서 하루빨리 탈출해서 몸, 두뇌, 마음의 피로를 날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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