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에 빠진 제주혈액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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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혈액원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사업을 수행하는 인도주의적 공공기관이다. 이런 곳에서 상당수 직원이 다단계 영업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봉사 활동을 하는 학생이나 헌혈자가 있는 근무 공간에서도 다단계 행위가 버젓이 벌어졌다는 지적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제주혈액원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혈액원 직원 36명 중 13명이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해 활동했다. 기간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3년 정도라고 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연차를 활용해 다단계 교육에 참석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라는 적십자사의 직원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들의 다단계는 하위판매원을 많이 둘수록 돈을 버는 구조다. 그리고 본인과 하위판매원의 영업실적에 따라 후원수당을 받았다. 한 직원은 2017년 1380만 원어치 물품을 구매했고 후원수당으로 약 170만 원을 벌었다. 2006년부터 다단계를 해온 다른 직원은 하위판매원만 50명이나 됐다. 대개 이들은 제주혈액원에 20년 가까이 근무한 고참이어서 후배들은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지경에 이를 정도로 혈액원은 도대체 뭐 했나. 조직 관리가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것은 내부 공익제보에 의해서다. 그만큼 안에서 곪을 대로 곪아서 터진 것이다. 근무시간에도 다단계 직원이 와서 물건을 홍보하고, 일부 직원은 다단계에 빠져 수십만 원짜리 물품 구입을 권유한 행태 등에 눈을 감지 않고 용기를 낸 데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의 감사 처분은 이해할 수 없다. 후원수당이 발생하는 줄 알았다고 말한 1명에게 ‘경고’하고, 제주혈액원에 ‘기관경고’만 했을 뿐이다. 수익을 챙겼더라도 영리활동인 줄 몰랐다고 한 이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실 감사에 부실 처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엄단해야 한다. 제주혈액원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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