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수백 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아우슈비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단 한가지, 인류가 아우슈비치를 잊는 것이다’ 제주4·3을 여기에 대입해야 합니다. 4·3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도민과 국민이 4·3을 잊고 망각하는 것입니다.”
현기영 소설가(78)는 지난 18일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新보 주최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4·3과 기억 투쟁’을 강조했다.
그는 4·3의 비극을 마음에 재 기억하고 또 후대들에게 기억하게 하는 ‘기억 투쟁’이야 말로 4·3특별법 개정안 통과 등 4·3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지(無知)는 관심이 없거나 바빠서 모르는 것이고, 막지(莫知)는 일부러 알려고 안하는 것이다. ‘무지막지’보다 더한 것은 4·3의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폄하하는 것이다. 그런 세력이 대한민국에 적지 않다. 이를 극복하고 이기려면 기억 운동, 즉 기억 투쟁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 소설가는 4·3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다.
그는 “‘순이삼춘’은 41년이 된 작품이지만 지금도 팔리고 있죠. 4·3 당시 도민 열 사람 중 한명이 죽는 등 3만명이 희생된 것은 한 개의 사건이 아니라 개개인이 삶과 죽음, 고난을 볼 때 3만개의 사건입니다. 그래서 역사책으로는 쓰기 어렵고 문학으로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3 70주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도민들의 집단 기억은 억눌리고 압살 당했다”고 했다.
현 소설가는 “양민들은 왜 자기가 죽었는지 모른다. 이름도 없는 물애기(젖먹이)조차 공산주의자라며 죽였다. 무차별 학살당했다. 3만의 원혼은 지금도 저승에 가지 못했다. 저는 운명적으로 4·3굿을 하는 심방이 됐다. 글과 강연으로 영령을 달래는 진혼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