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 놓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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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이 다음 달 14일 치러진다.

수능은 1994학년도부터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에 도입된 시험이다.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으로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졸업자, 검정고시 합격자와 같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과 동등한 학력을 지닌 자 등이 응시할 수 있다.

수능 이전에 치러지던 학력고사는 고등학교 과정의 많은 과목별로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모든 과목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과 교과서를 무조건 암기해야만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고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언어 영역, 수리 영역, 외국어 영역, 탐구 영역 등을 평가하고 있다.

이 수능을 며칠 앞두고 현재 수능시험장 감독을 놓고 교사들과 학생 및 학부모 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30년 넘게 고교 국어교사로 근무하는 도내 한 교사는 매년 대입 수능만 다가오면 “시험장 감독 7시간 동안 고문을 당하는 것 같다”며 겁을 낸다.

시험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긴장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아침 6시 고사장이 있는 학교에 도착해 5교시 답안지와 시험지를 걷어 고사본부에 제출할 때까지 하루 종일 살얼음을 걷는 듯한 긴장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수능 감독은 2인 1조로 한 교실에 배치된다. 정 감독관은 교실 앞쪽 교탁에 서 있고, 부감독관은 교실 뒤편에 계속 서 있어야 한다.

시험지를 배포하는 과정에서부터 ‘시험 집중에 방해 된다’는 수험생의 항의가 나올까봐 발소리, 숨소리마저 조심한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특정 수험생 옆에 서 있으면, 수험생으로부터 ‘신경 쓰여 시험을 못 보겠다’고 항의하고, 움직이면 발소리에 신경 쓰인다고 하고.

이 교사는 “작은 소리에 항의 받고,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발견해 조치한 경우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리거나 소송으로 번지고 있어 교사들이 수능 감독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쯤 되니 얼마 전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교사들이 요구하는 수능 감독 업무개선에 교육부가 나서지 않으면 국가인권위에 교육부를 상대로 진정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 6개 교원단체는 제주를 비롯한 전국 3만2295명의 서명이 담긴 건의서를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이 건의서에는 수능 감독 중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법률·재정적 지원, 키 높이 의자 배치, 교사 1인당 2교시 이내의 감독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교사들의 하소연과 요구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많다.

한 누리꾼은 ‘대체 얼마나 편한 곳에서 근무 했길래 1년에 단 한 번 수능 감독하는 것이 힘드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린꾼은 의자 배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몇 년을 수능 공부에 시달린 학생들을 위해 1년에 단 몇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체적으로 수능 감독이 힘든 업무라는 점은 이해하면서도 1년에 하루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의견들이다.

수능은 학생을 포함한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대사(大事)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12년 동안 공부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쏟아 내면서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하루다.

반면 교사들은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하루를 매년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편안하게 시험에 집중하고, 교사 역시 수능 감독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교육당국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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