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찬 (사)김만덕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지난 25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新보 주최로 열린 올해 ‘제주人(인) 아카데미’ 네 번째 강좌에서 ‘김만덕 정신 계승과 더불어 사는 제주사회’를 주제로 김만덕 정신의 대내외적 전파와 우리 삶에 적용하는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김만덕’에 이목을 집중 시키다 = 제주도민 등의 성원에 힘입어 2004년 김만덕기념사업회 발족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후 ‘의녀 김만덕 활약상 자료 조사 연구’를 간행했다. 또 신권 5만원권 화폐 도안 인물로 김만덕 초상을 넣는 일을 추진했다. 이 일은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김만덕 정신을 전국으로 알리는 일을 지속적으로 펼쳤지만 좀 더 뚜렷한 성과가 필요했다. 양 공동대표는 그때 ‘쌀 쌓기 운동’을 생각했다.
양 공동대표는 “김만덕이 쌀로 제주를 살렸으니, 우리도 김만덕처럼 관덕정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면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독지가들로부터 십시일반 도움을 받아 쌀 천 섬을 마련해 2007년 김만덕 나눔 쌀 천 섬 쌓기 운동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년 뒤 10월 그는 서울 광화문에서 ‘만 섬 쌓기 운동’를 전개했다. 양 공동대표는 “광화문 광장을 쉽게 내주지 않던 당시 ‘좋은 일’을 한다고 하니 기회가 열렸고 그날 KBS에서 생중계도 해줘 서울시의 약 150만 명의 학생이 쌀을 기부하는 등 대대적인 행사가 됐다”며 “이날 온 매스컴의 관심을 끌게 됐고 김만덕의 이름을 전국으로 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다음 해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김만덕 정신을 칭송하고 KBS는 ‘거상 김만덕’ 드라마 제작에 착수, 2010년 방영하는 등 김만덕 정신의 전국화는 결실을 맺어 갔다.
▲제주, 전국을 넘어 ‘김만덕 정신’의 세계화 = ‘김만덕 나눔 쌀 만 섬 쌓기 운동’ 의 성공적인 전개, 그리고 김만덕 정신의 전국화 덕분에 서울시와 기업체에서 기부금이 들어왔다. 이때 모은 15억원은 베트남에 학교를 설립하는 자금으로 쓰였다.
양 공동대표는 “왜 베트남인가가 중요하다”며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도 참전하면서 베트남인들이 많이 죽었다. 이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민간 차원에서 학교를 지어 기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공동대표에 따르면 베트남은 예로부터 중국, 프랑스 등의 지배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로 이름을 쓰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 이 같은 상황은 김만덕기념사업회가 학교를 현지에 설립하는 과정에서 작은 충돌을 낳았다. 그는 베트남에 짓게 될 학교 이름에 ‘제주’ 혹은 ‘만덕’ 이름을 넣자고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 공동대표는 “김만덕의 생애를 베트남어로 번역해 보여주니 이에 감동을 받고 이를 흔쾌히 수락해줬다”며 “김만덕 정신이 세계적으로 통한 것”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외국어로 된 이름을 쓰는 하노이 번푸 만덕중학교와 칸호아 제주초등학교가 탄생하게 됐다. 김만덕의 정신을 세계화하기 위한 초석을 다진 일이었다.
또 양 공동대표는 “노벨평화상처럼 ‘김만덕상’을 제정해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전 세계의 여성 기업인을 대상으로 공모하자”며 “이는 제주의 위상을 전 세계로 높임과 동시에 김만덕 정신을 세계로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제주사회에 ‘김만덕 정신’ 접목하기=4년 전 김만덕기념관이 건립되며 도민들의 사랑 속에 운영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김만덕 정신은 우리 곁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양 공동대표는 제주가 낳은 여성 의인 김만덕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어떻게 제주사회에 접목해 나가야 하는지, 도민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몇 가지 방법을 제언했다.
그는 “일단 일상생활에서의 준법이다. 쓰레기 불법 투기 하지 말고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등 기초적인 것들부터 나먼저 해야 우리 공동체가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민 특유의 배타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모든 이를 포용하는 것이야 말로 김만덕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김만덕이 자신감을 갖고 한계를 극복한 것처럼 우리도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 “제주도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치를 때 이웃들이 나서서 서로 돕는 수눌음 문화가 있는데 이는 김만덕 정신에 꼭 맞는다”면서 “우리 제주사람들이 이 수눌음 문화를 잊지 말고 서로 베풀고 나누며 살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