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용이 놀던 곳서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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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용연 (上)
짚으로 용 만들어 기우제 드리자 비 내린 전설
구름다리 건너다 보면 승천하는 용을 볼 수 있을지도

 

 

제주시 용담로터리에서 용두암 방향으로 가다보면 구름다리 아래로 사계절 푸른 물이 흐르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용이 노닐던 연못, 용연(龍淵, 제주도기념물 제57호)이다.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제주도에 7년 동안 가뭄이 들었을 때 고대정이라는 심방(제주의 무당)이 짚으로 용을 만들어 용연에 꼬리를 담그고 기우제를 드리자 비가 내렸다고 한다. 바람난장이 용연을 찾았다.

 

실로 가을의 절정 11월이다. 하루하루 채색의 농도가 깊어지는 단풍 구경으로 이 산 저 산이 왁자지껄하다.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선 무르익음. 11월은 마음의 여유를 조금 부려도 좋을 때이지 싶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닌가. 여행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유행한 말이니 그 이전엔 풍류 정도가 아니었을까. 물론 그 유의미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풍류는 자연과 예술과 인생이 혼연일체가 된 삼매경에 대한 미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나랏일은 어렵고, 그러니 궁을 벗어나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인생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제주시 용담로터리에서 용두암 방향으로 가다보면 구름다리 아래로 사계절 푸른 물이 흐르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용이 노닐던 연못, 용연(龍淵, 제주도기념물 제57)이다.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제주도에 7년 동안 가뭄이 들었을 때 고대정이라는 심방(제주의 무당)이 짚으로 용을 만들어 용연에 꼬리를 담그고 기우제를 드리자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사는 못이라 하여 용연이라 불린다고 한다. 어느 달밤에 용연에 놓인 구름다리를 건너다보면 승천하려고 몸부림치는 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전설을 고스란히 시 속에 녹여낸 문순자 시인의 취병담2006’을 김정희와 시놀이 팀에서 시창(詩唱)한다.

 

바다가 거슬러온 제주시 한천하류

누가 이 건천에 여체를 조각했을까

마침내 한라산 수맥, 용출하는 바로 그쯤

 

나는 또 여자로서, 저 여자를 읽는다.

백중 다음날이면 피리로 달을 띄우고

삐거덕 노 젓는 소리, 그도 노래되던 것을

 

취병담, 그대 눈도 취하면 비췻빛이다.

용담로터리 신호등이 점멸등으로 바뀔 즈음

내 몸에 문신을 하듯 마애명을 새긴 선비

 

오늘은 구름다리로 용이 또 오려는가.

민요가락 실은 테우 도심을 빠져나와

칠성통 해장국집을 삐걱삐걱 끌고 간다.

-문순자, ‘취병담2006’전문.

 

취병담(翠屛潭)’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좌우 석벽 위에는 푸르른 상록수림이 울창해 초록빛이 석벽과 함께 맑고 잔잔한 수면에 비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빼어난 경관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당시의 제주목사나 판관, 선비, 그리고 이곳 유지들이 기생을 거느리고 배를 띄워 선상에서 주연과 시흥을 베풀었다고 한다. 용연야범(龍淵夜帆)이 바로 그것이다. 가히 영주10경 중 하나로 꼽힐만하다.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사는 못이라 하여 용연이라 불린다고 한다. 그 전설을 고스란히 시 속에 녹여낸 문순자 시인의 ‘취병담ㆍ2006’을 김정희와 시놀이 팀에서 시창(詩唱)한다.
비를 몰고 오는 용이 사는 못이라 하여 용연이라 불린다고 한다. 그 전설을 고스란히 시 속에 녹여낸 문순자 시인의 ‘취병담ㆍ2006’을 김정희와 시놀이 팀에서 시창(詩唱)한다.

시도 읊었겠다, 덩실덩실 춤사위가 벌어진다. 남한산성 노랫가락에 맞춰 한정희 무용가의 고운 자태에 관객들이 일순간 빨려든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마치 그곳에 앉아 흐르는 물살과 적벽의 웅장함, 그리고 아름다운 춤사위에 취해 풍류를 즐기듯이 말이다.

남한산성 노랫가락에 맞춰 한정희 무용가가 고운 춤사위를 선보였다. 흐르는 물살과 적벽의 웅장함이 하나 돼 절경을 이룬다.

춤이 나왔으니 음악이 또 빠질 수 없다. 이태주 트럼펫 연주자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이 푸른 적벽을 타고 용연으로 흘러든다. 비록 시월은 갔지만 아직 가을은 우리 곁에 이렇게 머물러 어느 멋진 날을 선사한다.

이태주씨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연주한다. 비록 시월은 갔지만 아직 가을은 우리 곁에 이렇게 머물러 어느 멋진 날을 선사한다.

밤이 되면 이곳 용연은 더욱 신비를 머금은 전설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환한 불빛이 이끄는 구름다리를 건너가면 당신은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기는 먼 먼 우리 선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김정희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장순자)

무용 한정희

트럼펫 이태주

아코디언 김민경

기타 김기태

성악 윤경희

음향 고한국

반주 김정숙

영상 김성수

사진 채명섭

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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