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5300억원 늘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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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제주도가 5조8229억원 규모의 내년도 살림살이를 마련했다. 본예산 규모로 비교하면 올해보다 5378억원, 10.17% 증가한 규모다. 최근 5년 평균 예산증가율(8.5%)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제주도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 3년 전만해도 부동산과 건설경기를 중심으로 제주경제가 활황세를 타면서 지방세 수입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많이 들어왔고, 어느 정도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 제주경기가 하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방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세입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은 지방세 수입과 내국세와 연계돼 지방으로 배분되는 지방교부세, 의존재원인 국고보조금 등 3개 항목이 주를 이룬다.

지방세는 말 그대로 지방에서 징수되는 세금이다. 내년도 지방세 수입(본예산 기준)은 올해보다 1238억원 증가한 1조5611억원으로 예측됐다. 겉으로는 지방세 수입이 1200억원이나 늘었는데 내면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지방세 수입 중에서 지방소비세가 올해보다 2336억원 증가한 3666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방분권을 위해 정부가 세율을 인상한 부분이 반영된 영향이다. 하지만 균형발전특별회계 지방이양분 지방소비세(1461억원)는 사용목적이 지정돼 있어 제주도가 추진하는 자체 사업에 쓸 수 없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로 취득세가 올해보다 1170억원 감소하고, 경기침체 영향으로 레저세는 38억원, 지방소득세는 28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주요 지방세 수입 항목 중 하나인 재산세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둔화되면서 올해보다 181억원 증가는데 그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지방세 수입 중에서 제주도의 가용재원은 22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전반적인 국내 경기침체로 내국세가 줄면서 지방교부세도 올해보다 357억원 감소한 1조4647억원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국고보조금이 크게 늘었지만 이와 매칭해 지방비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용재원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결국 제주도는 올해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2500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또한 제주도가 운영하는 24개 기금에서 1500억원을 끌어와 가용재원에 투입했다. 기금 활용은 내부적으로 빚을 진거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기금을 가용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놓고 논란도 예상된다. 그만큼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예산 규모는 크게 늘었는데 가용재원은 줄어든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예산을 달라는 곳은 수두룩하다.

침체된 지역경제도 회복시키고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일몰이 다가오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도로, 공원) 토지보상도 필요하다. 복지도 확대해야 하고 각종 자연재해와 농수산물 가격 하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도 살펴야 한다.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 도민 안전문제 등 직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예산 운용의 효율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곧 제주도의회가 정례회를 열어 제주도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을 심사한다. 제주도가 편성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반영돼야 하고, 도의회는 이를 심도 있게 심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본인들이 다루고 있는 예산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도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혈세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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