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신뢰·포용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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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
유엔 차석대사·호주대사 등 활약…한국 ‘안보·외교사’에 큰 획
35년 외교관 생활·일화 소개…아그레망, 국가 간 신뢰도 가늠 척도
“선진국·후진국의 차이 ‘신뢰’에 있어…국가 성장 발판 삼아야”
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이 지난 15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에서 ‘35년 외교관 생활과 내 고향 제주도’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이 지난 15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에서 ‘35년 외교관 생활과 내 고향 제주도’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문재인 정부 들어 역대 최다 남북 정상회담(3)이 열렸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후속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이후 냉랭해진 한중 관계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일 관계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 간 긴장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은 지난 15일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보 주최로 열린 올해 제주() 아카데미일곱 번째 강좌에서 ‘35년 외교관 생활과 내 고향 제주도를 주제로 신뢰를 통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와 제주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국가에 내 놓은 자식=“너는 국가에 내놓은 자식이다. 가족을 잊고 항상 국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외무고시 합격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서 김 원장의 어머니가 강조한 말이다.

김 원장은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35년 동안 외교관 생활 내내 국가의 자식이라는 각오로 일해왔다. 그는 1982년 외무고시 합격 이후 1988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외교관 생활을 했다. 199012월 모스크바에 도착 후 3년 동안 공산주의 종주국이 쓰러져가는 역사의 현장을 생생히 지켜봤다.

김 원장은 외교통상부 혁신인사 기획관, 재외동포영사국 국장, 다자외교조정관(차관보급),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호주대사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등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외교 현장을 누비며 실무책임자로서 큰 역할을 했다.

외교관이란?=“외교관은 본국을 대표해 외국에 파견돼 외국과의 교섭을 통해 다방면에 있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그 나라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김 원장은 외교관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주재국과 자국의 협력관계를 높이는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외교관도 출입국 과정에서 일반인과 똑같이 줄을 서고 심사를 받는 등 특혜는 없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외교관에게 부여되는 면책특권은 주재국 정부로부터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비엔나협약에 따른 것으로 그 나라에서는 책임을 받지 않더라도 모국을 통해 처벌을 받는다고 했다.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으로 면책특권이 곧 외교관 개인에게 주어지는 특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대사나 공사 등 외교사절을 파견할 때 상대국에서 얻는 사전 동의를 뜻하는 아그레망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 원장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아그레망은 요청 후 20~30일이 경과한 후에 부여되는 것이 국제관례인데 4개월이 넘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아그레망을 통해 국가 간 신뢰 관계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인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의 강연을 청취하고 있다.
제주인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의 강연을 청취하고 있다.

외교는 배려와 신뢰다=김 원장은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점이 보였다. 그 차이점을 극복해 조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신뢰.

김원장은 배려는 대개 상대방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베푼 만큼 돌아오게 돼 있기에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것은 상대방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배려의 밑바탕에는 신뢰가 깔려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남을 위해 배려하는 정신은 선진국의 경우 사회에 단단하게 형성돼 있지만 후진국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곧 사람 간 신뢰가 어느정도 쌓여있는가의 차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일본의 강점에 대해 질서를 존중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의 정신을 꼽았다.

김 원장은 “20세기 들어 일본은 서양문물을 일찍 받아들여 한국과 중국의 쇄국주의와 다른 길을 걸으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두며 소니, 도요타 등 일본 제조업의 신화를 이뤘다고 밝혔다.

개방과 포용정신이 먹혀들면서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로마제국과 몽골제국도 주변국에 대한 포용 정신이 힘을 얻으며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 세계를 주무르는 막강한 미국의 힘도 결국은 그나라 국민들의 기저에 깔린 포용과 신뢰의 정신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매겼다. 그는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신뢰를 통해 형성된 한국의 단결·봉사정신이 세계 시대정신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한류의 기적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제주도도 배려와 신뢰, 포용을 바탕으로 환경보존과 개발의 균형 속에서 관광,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앞으로는 국가의 자식에서 내려와 제주의 자식으로서 남은 힘을 고향 발전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김문기 기자 kafka71@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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