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의 웃음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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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위대한 예술 작품은 ‘위로’와 ‘위안’이 녹아 있어야 한다. 괜찮은 작품은 삶의 파고에 나뒹굴며 절망하고 좌절하는 이들을 품어주는 너른 품이 있기 마련이다. 종영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세상에서 소외된 존재들에게 든든한 힘과 용기, 웃음과 위안을 선물했다.

작품의 기획 의도는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기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박복한 여자가 자신을 가두고 있는 ‘가타부타’를 깨다 못해 박살 내는 이야기, ‘진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라 했다. 기획 의도가 의도로만 끝날 수도 있건만, 작품은 기획 의도를 넘어 최고의 작품이라 찬사를 받을 만했다.

서사의 중심축은 신데렐라 서사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천대 받고 가진 것 하나 없는 불행한 여성 주인공이 왕자를 만나고, 정체가 밝혀지고, 마침내 그녀가 왕자와 결혼한다는 판타지. 대부분의 드라마가 보여주던 신데렐라 서사구조를 따르되, 버전(version)이 완전히 새로웠다. 여성 주인공 ‘오동백(공효진 분)’은 혼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세상이 만들어낸 온갖 편견에 주눅이 들면서도 “노 매너 노 서비스”를 외치며 남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눈치 보고, 기어들어가던 그는 ‘황용식(강하늘 분)’의 등장으로 완전히 돌변한다. ‘용식’은 충청도산 코믹 무기를 장착한 사랑의 속사포를 여주인공과 관객에게 쏘아대며 ‘새로운 왕자’로 등극한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오로지 정면 승부를 거는 용식이 온갖 너스레를 떨며 던지는 코믹 대사들은 진정한 ‘촌무파탈’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또 다른 자칭 차기 군수 ‘노규태(오정세 분)’와 도도한 이혼 전문 변호사 ‘홍자영(염혜란 분)’ 부부, 독박 육아의 야구스타인 ‘강종렬(김지석 분)’과 SNS 스타 제시카(지이수 분)의 러브라인 등이 소소하지만 강렬한 사랑 서사의 현대적 버전을 보여준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온갖 감정들이 사랑 서사로 변주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서사의 축은 가족의 이합집산이다. 먼저 ‘강종렬’을 뿌리치고 나온 ‘동백’이 ‘필구’만을 낳고 혼자 살아가는 문제나, 무전 음주와 치정 협박으로 갈취를 일삼으면서도 그것이 외국에 있는 동생에게 돈을 부치기 위한 것이었던 최향미(손담비 분)의 죽음, 어머니 ‘정숙(이정은 분)’이 버리고 떠났던 딸 동백을 찾아 새로운 생명을 얻는 등의 서사는 가족 복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옹산 게장골목 아줌마들이나 경찰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더하는 장면은 해체된 가족을 복원하는 열망들이 축제처럼 모여들어 감동을 주었다. 이런 가족의 해체와 복원 문제를 온전하게 담아냄으로써 드라마는 단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넘어선 비판적 리얼리즘 반열로 등극한다.

마지막으로 연쇄 살인자 ‘까불이’ 이야기가 남았다.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또 계속 나올 거라고 말한다. 그때 ‘용식’은 “나쁜 놈은 100 중에 하나 나오는 쭉정이지마는 착한 놈들은 끝이 없이 백업이 돼.”라고 한다. ‘쪽수의 법칙’이라며 던지는 착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 그들이 어우러진 세상이 우리가 만들 세상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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