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냉성 출혈증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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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한의학 박사

우리 주위에 가장 흔한 잡초 중 하나가 쑥이다.

쑥대밭이라는 표현대로 내버려 두기만 하면 저절로 쑥쑥 자라는 풀이 쑥인 것이다.

흔한 참쑥 외에도 황해쑥, 산쑥, 개똥쑥, 사철쑥, 개사철쑥, 외잎쑥 등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쑥떡이나 부침개의 재료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 중 적지 않은 종류의 쑥들이 한의학에서 요긴한 약재로 쓰인다.

우선 참쑥(Artemisia princeps Pampanini), 황해쑥(A. argyi Lev. et Vant.), 산쑥(A. montana Pampani)은 한약재 애엽(艾葉)의 기원식물로서 잎과 어린 줄기를 여름에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이용한다.

애엽은 지혈약(止血藥)으로서 약성이 따뜻하고 산한지통(散寒止痛), 온경지혈(溫經止血)의 효능이 있어 허한성 출혈증에 상용한다.

주로 자궁 허냉(虛冷)으로 인한 월경 과다나 불임, 대하증을 치료한다. 생것은 코피를 멎는데 좋으며 피부 습진, 가려움증에도 활용된다.

청호(靑蒿)는 개똥쑥(A. annua Linné)과 개사철쑥(A. apiacea Hance)을 기원으로 삼는데 가을철 꽃이 필 때 지상부를 채취하여 쓴다.

청허열약(淸虛熱藥)으로서 몸이 허약해서 오는 열, 즉 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인해 미열이 계속되거나 야간에 열이 주기적으로 밀려오는 증상을 치료한다.

청호는 여름철 감기 치료에도 좋으며 특히 말라리아로 인해 오한과 발열이 반복하는 한열왕래 증상을 치료하는데 뛰어나다.

사철쑥(A. capillaris Thunberg)은 인진호(茵蔯蒿)의 기원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위지기(A. iwayomogi Kitamura)를 한인진(韓茵蔯)이라 하여 인진호를 대용하기도 했었으나 구분 짓고 써야 옳다.

인진호는 청열리습(淸熱利濕)하여 습열로 인한 황달을 치료하므로 전염성 황달형 간염 치료에 적합하다. 옴이나 습진 등의 피부 질환에도 외용할 수 있다.

또한 외잎쑥(A. Anomalae Herba)은 유기노(劉寄奴)라는 약재로 활용된다.

유기노는 어혈(瘀血)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무월경, 월경통, 자궁근종 등의 부인과 질환이나 외상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한다.

개똥쑥은 몇 해 전 중국에서 노벨상 수상의 소재가 되어 유명해졌다.

중국 전통의학 연구원 교수 투유유는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하여 중국 최초로 노벨상 과학부분인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투유유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아르테미시닌은 한의학이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며 한의학의 가치를 특히 강조했다.

아르테미시닌의 발견은 현대 과학의 결합을 통한 한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쑥은 제주의 길가에도 흔하다. 어렸을 때는 손이 베이거나 코피가 나면 쑥 잎을 비벼 막곤 했다.

쑥은 우리에게 약효만 주는 게 아니다. 가까이 있는 흔한 사물에도 관심을 가지면 큰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교훈도 함께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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