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순력도, 국보가 될 가치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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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18세기 초 제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보물 제652-6호)를 국보(國寶)로 승격해 줄 것을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이는 의미 있는 일로, 기대가 크다. 그 자격이 충분하기에 낭보로 이어지길 바란다.

탐라순력도는 조선 숙종 28년(1702년) 이형상 제주목사가 한 해 동안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 등과 해안가를 따라 설치된 9개 진성(鎭城)을 순시하며 거행했던 여러 행사 장면을 기록한 화첩(畵帖)이다. 그림은 당시 제주목 소속 화공(畵工)인 김남길이 그렸다. 제작 시기와 제작자, 화가가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총 40폭으로 이뤄졌으며, 보물로는 1979년에 지정됐다.

탐라순력도는 여러 면에서 국보가 될 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판단된다. 우선은 지방관의 ‘순력(巡歷·각 고을을 순시하는 것)’을 자세하게 담은 기록화로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이런 유일성은 국보 지정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18세기 초 제주의 관아 건물, 군사 시설, 지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특산품인 귤과 말의 진상, 군사훈련을 겸해 시행한 수렵, 국마(國馬) 목장 점검 등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를 통해 당시 지방관의 순력 관행과 제주의 실태, 풍속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에 속오군(束伍軍·임진왜란 후 지방에 설치된 군대)의 군적부까지 포함되어 있어 민·관·군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조명할 수 있다. 화첩에 보이는 제주의 경승에 대한 묘사는 당시 중앙 화단과는 다른 화풍이 제주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역사성과 시대성, 특이성 등을 지닌 자료다.

이번 국보 신청에 따라 문화재청은 앞으로 관계전문가 조사, 문화재분과위원회 심의 등의 단계를 거쳐 최종 국보로 고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제주도 등은 탐라순력도가 제주 최초의 국보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일수록 정신의 산물인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야 한다. 도민들도 국보 탄생을 기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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