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바람의 응답
간절한 바람의 응답
  • 제주일보
  • 승인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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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하며 어두운 사회에 등대가 되어 주는 이들이 있다. 표나지 않는 수고로 칭찬과 격려보다는 혀 차는 타박과 핀잔을 받는 것이 일상이다. 때로는 오해와 편견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지만 언제나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주며 말과 행동에는 예쁨이 담겨있다.

우리 옷에 대한 애착과 먹을거리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신 분이 있다. 보이는 이미지는 투사이고 자존심과 외길 고집은 전생을 의심케 한다. 재촉하는 부름에 도착하니 낯이 익은 얼굴이 먼저 와 계셨다. 한 여성 단체의 대표였다. 평소 관심분야여서 반가움이 더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이 아끼는 친구이자 후배인데 고민거리가 있어 답답한 상황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내 생각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꼭 도움을 주란다.

사연은 이랬다. 사무실이 협소하고 계약 기간도 다 돼 이전을 해야 하는데 매번 옮겨 다니기가 불편해 작은 빌딩 매매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좋은 매물이 있어 가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트집을 잡고 색안경을 쓴 그릇된 사고방식들이 걸림돌이 된단다. 일부는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지레짐작해 손사래를 친다는 것이다. 이런 악조건에 이중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돈의 한계였다.

오전에도 꼭 사고 싶어 들른 곳이 있는데 가격을 떠나 건물주가 갑자기 안 판다고 변덕을 부려 흥정조차 못해봤단다. 당시 10억원을 조금 웃도는 금액이었는데 부족한 것이 1억원 정도였다. 방문 손님들 중에 장애인이 많다 보니 승강기는 필수란다. 그 공사비가 5000만원이었다. 딱한 사정이었다. 실망하지 말고 내일 몇 시, 몇 분에 다시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매달리라고 말하니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달리 방도도 없고 믿고 따르던 선배의 진정성, 혹시 하는 일말의 기대에 마지못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협상 과정에서 몇 번이나 연락을 하는 등 마음을 바꾸라는 간절함이 통했는지 마침내 계약을 끝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원하는 조건으로 . 들뜬 목소리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나중에 기억이 났는데 어릴 적 옆 동네에서 함께 보낸 사람이었다. 은연중에 스쳤을 인연이다. 넓은 세상으로 가서 지금의 초심을 지키라는 기도는 내가 아닌 신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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