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 위기의 제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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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수필가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와 제주학연구센터가 주관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부흥 방안,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듣는다’라는 표제가 붙었다.

1950년~2010년 사이에 전 세계 230여 개의 언어가 영구히 사라졌다. ‘영구히’라는 단어 앞에 움찔하며 시선이 고정된다.

자료에 의하면 토착어가 갖는 의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주어진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에 적응하고 그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반영된 삶과 지혜와 적응의 산물로서, 수세대에 걸쳐 축적된 경험적 지식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중매체의 발달, 표준어 보급 정책 등으로 인해 제주어는 빠르게 소멸해 가고 있다. 2010년에 제주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소멸 위기의 언어 4단계(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되면서 위기감이 대두되었다. 다르게 말하면 80대 어른의 사용언어 정도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5단계는 소멸한 언어이다.

김순자 제주학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제주어 보전 정책과 부흥 노력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사업을 통해 제주어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제주어 연구자가 많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하기 거북해하며 저급하다는 인상을 받기가 쉽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었다. 공적인 자리에서나 저명인사가 제주어로 말하면 세련되지 못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선입견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자주 접하다 보면 정겨워지고 보기에 흐뭇하지 않을까.

옛날 학교에서는 표준어를 쓰라며 방언은 저급한 언어로 생각하게 했다. 그런 교육이 제주어가 소멸 위기로 가는 데 한 몫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첫째 날, 3부에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줄리아 살라방크 런던대학교 교수에게 내가 질문을 했다. 소멸 위기의 언어를 위해 어느 나라가 가장 적극적이며 모범적인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대답은 이러했다. 맨어 또는 맹크스어라고 불리는 언어는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섬의 언어로 1974년 맨 섬에 거주하던 마지막 화자(話者)가 사망했다. 그래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현지 주민 27명을 중심으로 다시 살려내어 영어와 함께 통용 중이라고 한다. 그 후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맹크스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하는 화자들이 생겨났다. 그들의 자녀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의 언어를 배워 완전한 화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 언어가 모국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방면으로 한 그들의 노력을 보면 교육자료, 정류장의 표지판 바꾸기, 교사진 훈련, 공문에 쓰이는 글, 어른 훈련 등을 실시하였다. 교육받은 이들이 후에 정치가, 교사 등 사회인이 되어 모국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맹크스어로 교육한다고 한다.

제주어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살아나게 하려면 우리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제주 사람이 제주어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해 주겠는가. 만나면 “펜안 홉데가.” 하고 묻는 김성우 제주어 박사는 제주방언이 심각하게 빨리 소멸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구사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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