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자초한 황의 읍참마속
논란 자초한 황의 읍참마속
  • 제주신보
  • 승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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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읍참마속(泣斬馬謖)은 말 그대로 ‘울면서 마속을 벤다’는 뜻이다.

제갈량이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책임을 물어 친동생처럼 아끼던 부하 장수 ‘마속’의 목을 베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권력자가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최측근을 과감히 쳐낼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제갈량은 유비가 죽은 지 4년 후 위나라 정벌(1차 북벌)에 나서면서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인 보급 수송로 ‘가정(街亭)’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를 놓고 가장 큰 고민을 했다.

이때 ‘목숨을 걸겠다’며 나선 장수가 마속이었다. 그는 절친의 동생일 뿐 아니라 군사 전략에도 능통해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 장수였다.

하지만 마속은 ‘지형지물을 이용해 길을 굳게 지키고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제갈량의 명령을 무시한 채 산 위에 진을 쳤다가 위나라군에 포위당해 대패를 당하고 만다.

가정을 뺏긴 제갈량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이 책임을 물어 마속을 참수형에 처했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도 읍참마속이 회자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끝내고 지난 2일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 내겠다”며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자유한국당 당직자 35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4시간여 만에 주요 당직자 7명이 새로 임명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핵심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무총장, 전략기획본부장, 인재영입위원장,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교체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인사들이 대표적 친황 인사들이어서 당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읍참마속이라 했는데 도대체 마속이 누구냐. 쇄신이 아니라 쇄악”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읍참마속을 외치고 다시 마속을 기용했다”는 냉소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또 최고위를 열어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도 ‘불가’ 의결했다. 때문에 황 대표가 이번 조치를 통해 나경원, 김세연 등 눈엣가시를 제거, 친정체제만 굳혔다는 비아냥도 사고 있다.

▲제갈량은 읍참마속을 하면서 자신도 3계급을 강등시켰다.

그랬기에 어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황 대표는 본인 스스로 무엇을 내려놓았고, 무엇을 희생시켰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