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존중하자
다름을 존중하자
  • 제주신보
  • 승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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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요즘 21세기 현대사회는 제4의 물결, 곧 변화와 소통 그리고 융합의 물결이 큰 파도를 타고 있다. 어제의 새로운 정보가 오늘은 낡은 정보로 바뀌는가 하면 성공적인 대인관계는 소통(疏通)을 능가할 수 없으며 서로 다른 것끼리의 융합(融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놀라운 시너지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이기심에 사로잡혀 소통하기를 꺼려하며 조화와 균형을 내포하는 융합의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본인의 성공담을 묻는 자리에서 ‘다르게 생각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생각이 남과 똑 같다거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현실에만 안주하려는 습성 때문에 발전적인 삶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다르다는 것, 그것은 틀리다는 것과는 괘를 달리한다. 두 가지를 놓고 서로 같지 않은 것이 다름이요 무언가 정해놓은 규범이나 규칙에서 어긋나는 것이 틀림이다. 예를 들자면 두 사람의 취미나 소질이 서로 같지 않은 것은 다름이라고 하는 것이요 어떠한 문제에서 오답을 내놓으면 그것은 틀림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세상에는 많은 인연이 있다. 오다가다 옷깃을 스치는 것은 300생의 인연이요 같은 좌석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동석대면은 500생의 인연이며 같은 울타리 안에서 사는 동거의 인연은 700생의 인연이고 부모형제 자식으로 만나는 혈연지간은 900생의 인연이다. 그런가 하면 부부로 만나는 인연은 천생연분(天生緣分), 곧 하늘이 정해주는 인연이어서 1000번 째 비로소 부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희유한 인연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부부 인연을 함부로 하면 다음 생에는 원수지간의 악연(惡緣)으로 만나기 쉽다고 하니 참으로 경계할 일이다. 그런데 요즘 이혼율이 높고 심지어 졸혼(卒婚)이라는 신종용어까지 등장하고 있어 참으로 염려가 된다. 살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혼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고 하지만 졸혼의 문화는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다름’의 영역에서 보면 그렇다고 ‘틀림’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다.

아무튼 부부는 서로 ‘다름’의 만남이다. 마치 열쇠와 자물쇠의 만남과 같다. 서로 모양도 기능도 다르다. 만약 열쇠끼리 만나거나 자물쇠끼리 만나는 것은 친구사이는 될지언정 부부는 될 수가 없다. 흔히 성격차이로 이혼한다고 하지만 성격이 다른 것이 바로 부부임을 깨닫는다면 부부는 서로 이해와 용서, 책임을 다 해야 하는 관계, 곧 배려(配慮)가 없어서는 안 된다. 이 배려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세 잎 클로버처럼 이해와 용서 그리고 책임이라는 세 잎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 어느 한 잎만 떨어져 나가도 사랑은 금이 가고 멍이 든다. 서로 사랑하라! 그렇다면 서로 ‘다름’을 존중하라. 만약 누구든지 이 도리를 깨닫는다면 우리 사회는 이보다 훨씬 밝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