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의 자존감 살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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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이 세상은 소돔과 고모라처럼 범죄가 들끓고 타락하여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법범행위는 물론 비도덕적인 사건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심을 못 잡는 정치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에도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많아 자주 낙심하곤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법을 위반하거나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세상은 희망이 있고 아름다운 곳이다.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교육가족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협력하여 인재를 길러내는 아름다운 곳이 학교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소질을 개발하는 학생들과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 그리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학부모들이 있어 학교는 소망이 있는 곳이다. 6·25의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온 피난민 자녀들을 위해 천막 교실을 만들고 가르쳤던 교사들이 있었으니 생각만으로도 흐믓하다.

지난주에 10년 동안 갑질을 일삼던 학부모가 구속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그 학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회자되어서 들을 때마나 분노를 느낀 곤 했다. 그동안 그 학부모가 거쳐 간 학교 교원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낭패감 등을 생각하면 때늦은 감은 있지만 갑질 학부모의 구속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상습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했던 이 학부모는 한 학교에서만 1년 동안 100여 건의 민원을 제기했으며, 학교에 찾아와 자잘한 일로 트집을 잡는 등 학부모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을 10년 동안이나 저질렀으니 해당학교 교원들의 고통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자기 자녀가 차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명분으로 시비를 거는 학부모를 만나면 담임뿐만 아니라 관리자인 교장이나 교감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 교육활동이 위축된다.

갑질 학부모로부터 오랫동안 피해를 보는 교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2018년 10월, 갑질 학부모를 처벌해 달라고 전국의 한국교육총연합회 관계자들이 내도하고, 선배교사들, 학부모들이 제주도교육청 정문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행히 제주도교육청이 특이민원대응단을 만들어 교직원들을 지원했고, 아동복지법, 보험사기 특별법, 사기 명예훼손,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 여러 위법 사건들을 묶어 구속했다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악성민원이나 허위사실이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작성해야 하겠지만 교사들은 제자들인 학생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학부모의 행패는 밉지만 자녀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섣불리 고소 고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타락해도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많듯이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대부분은 선량하고 호의적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물물을 흐린다는 속담처럼 가끔씩 나타나는 대책 없는 학부모 때문에 교사들이 자존감이 하락하고 비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전개되면 교육가족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걸 명심할 일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의욕에 달렸으니 교사의 자존감을 살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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