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
무병
  • 제주일보
  • 승인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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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과학의 놀라운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날로 늘리고 있다. 이제는 간단한 검사로 몸의 상태를 알 수 있어 만약에 대비할 수 있다. 머지않아 노인이라는 이유로 받는 대접이 무색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도 짐작조차 못하는 현상들도 드물게 실제로 일어난다.

전화로 안부를 묻던 인연과는 서로의 대한 호기심보다는 비슷한 처지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미래와 길흉화복을 점쳐 주지만 막상 본인이 발 벗고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라 혼자만의 세계에서 고민한다.

우연한 기회에 만남이 있어 반가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으시라고 권하니, 허리가 불편해 다리까지 아프니 의자를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시라 하고 현재 상태가 어떤지 알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등에 손을 대고 명상을 해보니 머리를 스치는 느낌이 있었다. 그에게 언제 귀를 크게 다친 적이 있냐고 물으니 깜짝 놀라면서 이내 울음을 보이셨다.

흔히 이야기하는 무병의 일종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안 들렸단다. 여기저기 병원 문을 두드렸지만 고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스스로가 기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약조차 끊고 은둔 생활로 들어가 6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기쁨을 경험했단다. 그리고 작두를 타라는 단군 할아버지의 분부로 난생처음 날이 시퍼런 칼 위에 올라섰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순간 한숨이 나오기보다는 생일을 맞은 아이처럼 들떴단다. 계급이 있는 건 아니지만 무속인 중에서도 조금은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 그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런 모든 것에는 자신감이 우선이요,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피하고 싶던 변신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이는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를 마무리하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했다.

그의 한결 편해진 얼굴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궁금함을 풀어주는 계기였고 땅에 묻혀있던 보석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숨거나 피할 수 있는 한계가 있듯이 각자가 삶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공부에 나서보자. 그의 고질병인 허리 통증은 깨우침과 동시에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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