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座席) 배치, 예절의 기본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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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속설에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했다. 장소나 시간 따위를 가려서 행동하라는 사전적 의미다. 회의석상이나 모임장소에서 자리배치는 사회적 지위나 상하를 조화시키는 기본적인 예절 행위다.

일상생활이나 의식행사에서 방향을 말하는 일이 많는데 전후좌우(前後左右)라 하지 않고 동서남북(東西南北)으로 한다. 여러 사람이 각기 향한 곳이 다르면 전후좌우(前後左右)라 말할 경우 헷갈리므로 그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특정 자연인을 기준으로 말할 때는 그러할 염려가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동서남북은 자연의 동서남북과 관계없이 예의를 기준으로 하는 장소에서 제일 윗자리(上席)가 북쪽, 그 앞이 남쪽이며 왼쪽이 동, 오른쪽이 서가 된다. 왜냐하면 상석에는 웃어른이 앉아야 하는데 언제든지 웃어른은 북쪽을 등지고 남향해서 앉아야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북방상천설(北方上天說)과 태양광선을 가장 많이 받는 방향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 제의(祭義)에서는 신위를 모신 곳이 북쪽이고 혼인식에서는 주례가 있는 곳이 북쪽이며 사무실에서는 제일 상급자가 있는 곳이 북쪽이다. 또한 행사장에서는 단상이 위치한 곳을 북쪽으로 보며 묘지에서는 그 묘지가 어디를 향하든 북쪽에서 남향한 것으로 본다. 특히 사당 등 모든 건물은 어느 쪽을 향하든 북쪽에서 남향한 것으로 보아서 동서남북을 정한다.

예컨대 여덟 분을 행사장의 단상에 모실 때, 중앙석에 웃어른①을 모시고 웃어른 서쪽에 ②, 웃어른 동쪽에 ③, ②옆에 ④, ③옆에는 ⑤, ④옆에는 ⑥, ⑤ 옆에는 ⑦, ⑥옆에는 ⑧ 순으로 배치한다. 그리고 만약 동쪽을 상석으로 할 때는 동쪽에 웃어른 ①부터 차례로 ②, ③…⑧ 순으로 배치하며 남녀가 위계(位階)에 의할 때에는 남녀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부나 두 사람만 모실 때는 당연히 동쪽이 상, 서쪽이 차석이다.

평상시 공수(拱手)할 때 남자는 왼손이 위이고 여자는 오른손을 왼손 위에 포갠다. 왜냐하면 동쪽은 해가 뜨는 곳이니까 양(陽), 즉 남자를 뜻하고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니까 음(陰), 즉 여자라는 의미다. 따라서 남좌여우(男左女右)란 바로 남동여서(男東女西)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남녀가 자리에 위치할 때 남자가 상(上)인 것은 남녀의 차별이 아니라 양과 음의 원리로 해석해야 한다. 양은 하늘을 뜻하고 음은 땅을 의미한다. 부모가 자손들이나 현구고례(見舅姑禮) 시에 절을 받는 바른 위치는 아버지가 동쪽, 어머니는 서쪽에 앉는다. 그뿐만 아니라 전통혼례식에서도 주례를 향하여 신랑이 동쪽, 신부가 서쪽에 위치한다.

그러한데 생시(生時)와 사후(死後)는 상반된다. 무생물은 서쪽을 상으로 한다. 예컨대 묘지에 시신을 매장할 때 서쪽에 남자어른, 동쪽에는 여자, 아랫사람이 차례로 위치한다. 그래서 전통의식의 석차는 생(生)과 사(死), 양(陽)과 음(陰), 선대(先代)와 후대(後代), 연령이 많고 적음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전승되고 있다.

*註 ⑴北方上天說: 우주의 회전축과 북극성이 가장 높고 북쪽에 위치함을 뜻함. ⑵拱手: 공경의 표시로 손을 포개어 잡음. ⑶見舅姑禮: 신부가 패백할 때 처음으로 시부모를 뵙는 예절. (참고문헌: 김득중 선생 예절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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