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그리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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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어제와 다름없는 날이라고 하지만 끝을 맺고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마치 365장이 든 새 스케치북을 받은 것과 같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깨끗한 새해를 선물로 받았다. 그래서 아마 모두는 지난 일들을 뒤로하며 다짐을 새롭게 했을 것이고 또 간절한 소망을 품고 간절히 기도하며 새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어느 해보다 남달라지길 모두가 소망한 새로운 한 해, 하루하루 어떤 그림으로 한 해를 채워 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도무지 무엇을 그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거나 성의 없이 그림을 그려서 마치 낙서를 한 것 같은 그림은 그려지지 않기를 새해를 맞으며 소망해 본다.

각자가 그림의 주제가 다를 것이고 또 하루하루 주제가 바뀌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 따라 많은 것들을 화폭 가득 채우고 싶을 수도 있고, 여백의 공간을 많이 남길 수도 있으나 모두가 정성이 가득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녀가 색칠 공부를 하다가 선 밖으로 색이 삐져나가면 속상해하면서 고쳐달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얼른 선을 확대해서 그려주면 마치 고장 난 장난감이 고쳐진 것 같이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색을 칠하기 시작한다. 그런 손녀의 모습을 보며 수정이 가능한 그림, 누군가가 나도 그림을 그리다 잘 못 그려지면 수정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그려나가는 그림은 지울 수도 없고, 수정할 수도 없고, 누군가의 것을 따라 그릴 수도 없는 오로지 혼자 그려나가야 하는 그림이다. 모두에게 그림 그리는 재료는 다르나 시간은 같다. 재료를 탓하려만 한도 없겠지만 연필로 그린 그림이든,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든, 좋은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든 어떤 그림이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백을 오늘도 선물로 받았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여백이 아님을 알기에 함부로 그릴 수 없는 소중한 하루이다.

새롭게 선물 받은 한 해 우리가 그려나간 그림을 보며 누군가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행복한 그림이면 좋겠다. 또 찬 바람이 세차게 부는 가운데도 불씨 한 줌 같은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그림이면 더 좋겠다.

여기에 더 바람이 있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림을 펼쳐보면 가슴 뿌듯한 그림, 그림 속의 주인공처럼 살아보려고 다시 희망의 끈을 붙잡는 그런 그림 몇 장을 남길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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