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내림
신내림
  • 제주일보
  • 승인 2020.01.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성.명상가

평범하지 못해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하며 심지어 가까운 사이에도 높은 담을 쌓아야 하는 게 무당이다.

신라시대의 화랑은 삼국통일에 큰 기여를 했는데 평소 화장을 했으며 산 높고 물 맑은 곳에서 몸과 마음을 수련했다. 이들은 앞날을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전해진다. 근거가 없다고 일축할 수도 있지만 요즘의 박수무당의 시초이다. 세월이 지나 조선시대에는 백정과 같이 천민 신세로 전락했지만 이는 다시 쓰여야 할 역사이다.

남편이 급작스러운 병으로 쓰러져 매일이 고비라는 진단을 받고 뭐라도 하겠다는 절박함으로 찾아온 손님은 사십 대 중반이었다. 한시가 급한 것은 알았지만 전후 사정을 알아야 하기에 양해를 구한 후 친정 쪽에 신을 모신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란다. 이어 지금 남편과 재혼이냐 하니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이야기를 해보라 하니 그제서야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의 심한 술 주정과 가정폭력으로 남매의 양육권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이혼을 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던 중에 열 살 연상인 분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왔는데 이런 사달이 났단다. 점을 보러 가면 팔자가 세니 결국은 신굿을 해야 한다는 말만 귀가 아프게 들었다. 심사숙고해봤지만 아들은 그렇다 해도 시집 안 간 딸의 장래가 걱정되어 안 들은 걸로 하고 지낸단다.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라 위로를 하던 차에 걸려온 전화는 비보였다. 얼굴도 본적 없지만 명복을 빌어주었는데 계절이 변했을 때 다시 와서는 이번에는 젊디젊은 제부가 작업 현장에서 뇌출혈을 일으켜 사흘 만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기구한 운명이 자신의 업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무속인의 제자가 되기로 하고 날짜까지 받았지만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도움을 얻으려 찾아왔단다.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안타까움에 나중에 괜한 원망을 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 주었다. 원래 옷을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제법 자리가 잡혀가는 꽃 가게 주인이다. 지나는 길에 미소 띤 얼굴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먼저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