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외도
  • 제주일보
  • 승인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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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인연은 어떤 의미일까.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해야 한다. 첫눈에 반하는 만남도 이내 시들고 기억에서조차 지워진다. 시대의 변화가 만든 이혼도 같은 맥락이다. 결혼 후 미움으로 돌아서며 고통과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행복하지 않았다고 마무리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옛날에야 이혼했다는 사실이 수군거리는 뒷말을 만들어 냈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편견이다. 진정한 동반자를 찾아가는 과정은 실수투성이요, 나를 찾기 위한 특별한 기회이다.

제법 규모가 있는 행사에 부름을 받고 정해진 자리에 앉았는데 곧이어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한때 같은 봉사 단체에서 활동했던 분인데 갑작스럽게 지방으로 이사를 가서 안부가 궁금했던 차였다.

무대는 뒷전으로 하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는데 요즘 딸 문제로 골치가 아프단다. 재원인 딸은 상냥하고 착실해 동네 자랑거리였는데 40살이 다 되도록 결혼을 못 했다. 독신주의자도 아니고 꾸준히 선도 보는데 그때뿐이란다.

남편은 잘 있느냐 물으니 정년퇴직을 하고 두문불출하더니 친구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집에도 못 들어 올 정도로 바쁘다고 답했다. 아쉬운 대로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하고 가까운 시일 내로 만나자고 하니 당장이라도 오겠단다.

며칠 뒤 그가 잰걸음으로 찾아왔다. 회포를 푼 후 조심스럽게 그에 대해 느낀 바를 말했다. 결혼 후 바람을 피운 것 같은데 지금도 그 관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듣더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속내를 꺼냈다.

사실 오래전에 유부녀인 직장동료와 불륜을 저질러 꽤나 시끄러웠고 그 후에 거래처 직원과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주변에 알려져 끝내 한 가정을 파탄냈다고 털어놨다. 부인은 절대 모르는 비밀이고 지금도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단다.

잘잘못을 떠나서 자녀를 위해 마음속으로라도 진심으로 사과해 빚을 갚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죽기 전에 꼭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그에게서 청첩장이 왔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지만 보다 솔직해야 하고 양심에 꺼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늦지 않은 후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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