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가로질러 쳐져 차량 통행 불가능…사실상 전면 통제
주민들, 2㎞ 우회해 불편…토지주 측 "집 지으려는 것뿐"
마을 사람들이 수십년간 이용해오던 도로를 땅 주인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통행을 막으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19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한 도로. 이곳에서 마을 안길로 들어가는 골목에는 약 길이 50m, 높이 120㎝의 펜스가 쳐져 있었다.
문제는 펜스가 골목을 가로질러 설치돼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사람이나 오토바이가 지나갈 정도만 길을 남기면서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골목에 진입한 차량 운전자가 사태 파악 후 후진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상황이 계속해서 목격됐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수십년을 오가던 골목이었는데, 갑자기 길이 막혀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차량이 다닐 수 있게만 해주면 좋은데, 통행을 전혀 못하고 있다. 정말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신을 부동산 업계 종사자라고 소개한 B씨도 “마을 안길에 있는 타운하우스를 보러 오늘만 3명이 오기로 했다. 몇일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며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왔다가 이 모습을 보고 그냥 가버릴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처럼 땅 주인이 사유지에 대한 권리 행사를 하면서 주민들이 수십년간 오갔던 골목을 눈앞에 두고 약 2㎞를 우회해 마을로 들어가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주민은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소방차나 구급차가 못 들어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토지주 측은 “최근 주택 건설 승인을 받으려고 경계측량을 하다 마을 안길 도로 일부에 우리 땅이 일부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며 “행정에서는 땅 사용 비용을 청구하고 싶은 거면 소송을 걸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고, 땅을 사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집을 짓기 위해 내 땅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애월읍 관계자는 “현재 관련 민원이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최근 인사이동으로 모두 자리를 옮겨 현재 자세한 사안은 파악 중”이라며 “내용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