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민국, 작지만 강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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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새해 벽두부터 세계정세가 심상치 않다. 이란과 미국 충돌은 전쟁 일촉즉발 상황에 이르렀고 곧 평화가 올 것 같았던 북미 관계는 다시 제 갈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시작된 한일(韓日) 갈등은 또 어떤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차이잉원 총통이 연임에 성공한 타이완은 양안(兩岸) 관계가 더욱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정세를 생각하며 타이완 총통 집무실이 있는 총통부 건물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나라 중앙청 건물이 오버랩(overlap) 되는 건 또 어인 일인가?

지난 11월 중순 경 문인들과 함께 타이완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아열대 기후라는 것은 알고 갔지만 정말 청명한 하늘과 코발트색 바다 색깔은 여행 내내 설레임으로 가득하게 했다.

1895년 시모노세끼 조약으로 일본 식민통치를 50년 동안이나 받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아픈 역사를 숨기려 하지 않고 총독부 청사 건물을 총통 집무실로 사용하는 나라가 타이완이다. 비록 하나의 중국표방으로 열강들에게 국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어도 독립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다. 차이잉원이 내세운 타이완 독립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들은 일본에 적개심만 표출하는 우리와는 판이(判異)하게 달랐다. 50년간 일본 지배를 받아 왔지만 도로엔 일본 차가 질주하고 총통은 과거 일본총독부 건물을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다니 우리나라에선 소도 비웃을 일이 아닌가? 아픈 역사를 포용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그들 관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 시간 25년 전 중앙청 돔(dome) 부분이 대형 크레인에 들려 잘려나가던 모습이 파노라마가 되어 나를 혼란케 한다.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시행한 최고행정관청인 조선총독부 건물이 아닌가? 당시 정부는 일제 잔재(殘滓)로 민족혼을 말살하려는 건물이라며 중앙청 건물을 완전히 해체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미군정청으로 사용하다가 정부가 수립된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잠시 집무실로도 사용했던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픈 역사는 없앤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억하고 보존해야 밝은 미래가 온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왜 모르는 걸까?

작지만 강한 나라 타이완이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잊지는 말라 한다. 그러나 포용하라 한다. 새해는 새로운 10년이 열리기에 모두에게 더욱 관용이 소중하지 않을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공명지조(共命之鳥)의 교훈이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이다. 이제 대한도 지나고 곧 설이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적개심을 걷어내고 화해와 포용의 길로 나섰으면 좋겠다.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 뜨고 있는 작금(昨今)에 위정자들은 타이완에서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쟝제스(蔣介石)의 나라 중화민국에서 그 희망을 보았기에 하는 말이다. 타이완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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