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자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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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크리스마스 2주 전에 난 해고될 거야’라는 노랫말처럼 그는 2주 뒤 해고되고 만다. 멕시코 출신‘로드리게스.’는 천재가수라는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을 비참하게 보낸다. 그의 의미심장한 노래를 알아보거나 찾는 이는 없었으며 초대하는 이도 없었다. 그래서 늘 어둡고 지저분한 도시를 배회하며 투명인간으로 살아간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이야기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천재적인 능력이 오히려 대중들과의 공감이 어려웠던지 혼자 거리를 떠돌다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가져온 앨범을 듣고 조금씩 마음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인종차별 정책으로 감정을 억압 받던 시대에 마음의 자유와 새로운 생각을 제시했던 그의 노래는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그를 보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요구로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열광하며 눈물을 흘렸다. 입장료가 매진될 만큼 공연장은 뜨거웠다.

몇 년이 흐른 지금 한국형 ‘슈가맨’이 등장했다. 재미교포였던 그는 대학교 때 작곡가를 만나면서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30년 전, 서태지가 무대를 주름잡던 시절 그도 함께 열심히 활동 중이었다. 한데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성과 퍼포먼스였음에도 대중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국어 발음이 어설프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고 앞서가는 감각과 영감은 오히려 그가 성장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되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자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영어 학원 강사도 잠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식당 서빙 일을 시작했다. 소박한 일로 하루하루를 살던 어느 날, 한국에서 그를 초대한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나 뜻밖의 일이었다. 당장 서빙 일을 멈추면 월세 내기가 곤란할 정도였는데 대중들의 부름으로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고 한다.

진행자는 방송에 출연한 그를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소개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을 감당하지 못한 듯, 꿈같은 일들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과거의 아픔들을 삼키며 이야기했다. 힘겨운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그가 앞으로 대중에게 오래오래 사랑 받기를 바란다.

아무리 풍요로운 세상이라지만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다. 일간지 기사에는 극단적 선택, 가족의 동반자살, 불편한 몸으로 살다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일들을 본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었다면, 그런 느낌을 조금이라도 받게 했다면, 그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었을 것을.

어느 의사는 말한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면 건강한 마음이 우선이라고….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힘든 상황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생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시의 제목처럼 어떻게 지내는지, 밥은 먹었는지, 차 한 잔 할까? 누군가의 작은 관심으로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전쟁은 내전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류는 형제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는 형제와 같은 존재다. 이웃의 아픔이 곧 나의 아픔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미소는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새해에는 좀 더 맑고 향기로운 마음으로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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