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口舌)과 회자(膾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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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자고로 많은 성현들이 구설(口舌)에 대한 경구(警句)를 남겼다. 우선 부처님은 사람의 혀(舌)를 일러 삼촌적부(三寸赤斧), 곧 ‘3치의 붉은 도끼’라 하여 잘 쓰면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이기(利器)가 되지만 잘못 쓰면 사람을 해롭게 하는 무기(武器)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으며, 공자의 말씀에도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하여 ‘입이 재앙의 문’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고려말 야운(野雲)대사의 자경문에도 구무다언(口無多言)하고 신불경동(身不輕動)이라 하여 곧 “입은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몸은 가벼이 행동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노자(老子)의 도덕경에서도 신독(愼獨)이 나오는데 이는 ‘홀로 있을지라도 삼가하여 행하라’는 뜻으로 풀이 된다. 또한 우리 속담에도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이 전해 온다. 아무튼 입을 함부로 놀리면 부메랑처럼 반드시 내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정보화물결은 그 가치보다 효용성과 이기주의에 치우치다보니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때로는 엄청난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때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떤 이는 인터넷 악플 때문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으며 모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창업을 했지만 악성댓글로 인하여 파산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러한 병폐는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심의 결여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한다. 옛날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상부상조하고 서로 협업(協業)하는 문화가 힘을 발휘했지만 요즘같이 담을 쌓고 사는 아파트환경에서는 전통적인 품앗이나 제주의 수눌음같은 협동심을 찾아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오늘 여기서 거론되는 구설(口舌)과 회자(膾炙)는 대단히 상반적 입장이다. 구설(口舌)은 자신의 흉허물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림을 뜻하는 것이요 회자(膾炙)는 날고기와 구운 고기를 뜻하며 칭찬으로 자신의 행적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자랑스럽게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둘은 사람들의 ‘입잔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의 말이 사흘을 가지 못 한다’는 말은 허언(虛言)이다. 오히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말은 때로 비수(匕首)와 같아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말할 때는 듣는 입장을 배려해야 함은 물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흔히 육십대(六十代)를 이순(耳順)이라고 한다. 이때 이순의 뜻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순하게 들어야 하는 나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순(耳順)의 의미는 그보다 내가 상대에게 말할 때 내 말이 상대의 귀에 거슬리지 않게 말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천수경(千手經)의 첫머리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가 나온다. 이는 우리가 입으로 말하는 말을 공을 들여서(淨化) 집수리하듯 듣기 좋게 말하라는 뜻이다. 부디 새해에는 남의 입잔치 구설수에 오르지 말고 자랑스럽게 회자되는 삶을 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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