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 국회의원은 존재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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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MD헬스케어 고문/논설위원

총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소 뜬금없는 소리겠지만, 서울 사는 제주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주 지역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을 느껴본 지가 꽤 된 듯싶다. 주요 일간지에 이름 석 자 오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고 흔한 종편에 나와서 주요 현안에 대하여 토론하는 제주 지역 국회의원을 본 기억도 역시 없다. 다만 작년 여름 강창일 의원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방문 시 “우리가 거지냐?”라고 외친 것은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난다.

물론 제주 국회의원들도 나름 성실하게 의정 활동을 수행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그런 사정들이 지역 언론에는 적잖이 소개되어 제주 사는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서울이라는 정치권력의 중심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에서 알려지지 않은 의원은 결국 존재감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파나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제주 국회의원은 초·재선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주요 당직을 맡아 중진으로 활약했고 심지어 정계 개편의 중심 인물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서울 사는 사람도 아는 이가 꽤 많았다. 인사치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아무 국회의원이 제주 국회의원이냐고 묻고는 “제주는 인구 수는 적어도 인물은 많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주인이라는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서울에서 “이 사람이 제주 국회의원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적어도 필자에게는 없었다.

정치역학 구도상 지역 발전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과 비례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이 ‘지역 주민을 섬기고 봉사하고…’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인 수사일 뿐이다. 국회의원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지역 주민을 대표하여 법을 만들거나 수정하면서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 내며, 국가 예산을 심의하고 국정 감사를 통하여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을 탄핵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해당 지역의 정치적 지도자’다. 연봉으로 세비를 일년에 1억4000만 원 정도 받고 해외 출장 시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현지에서는 재외 공관의 영접을 받는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특별히 ‘괸당’이라는 제주만의 독특한 정서가 선거를 지배해 왔다. 그런데 몇 해 전 이 ‘괸당 문화’가 기형적으로 변질된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제주에서는 골품제 의식이 있어서 성골은 제주에 조상 대대로 살고, 제주에서 학교를 마치고 제주에서 계속 살고 있는 사람이고, 진골은 제주에서 학교를 마쳤지만 직장을 육지에서 다니다가 온 사람이며, 6두품은 고등학교만 마친 후, 육지에서 대학교 나오고 직장 생활하다 내려온 사람이라는….

총선을 앞두고 예비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니 위 기준으로만 보면 성골 출신이 많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데, 이런 현상이 태어나서 평생 제주에서만 살아온 것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덕목으로 여긴 결과라면, 그건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경우이고, 오히려 국정 활동에 저해되는 요소이며, 제주 국회의원들이 존재감이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지역 사정에 밝아야 하는 지방 의원과 국회의원의 역할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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