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의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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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가방끈이 짧아서’라며 학력이나 배움의 부족을 한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도 그런 게 학벌이 직업을 결정하고 더 배운 사람과의 소득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가방끈 길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데이터가 돈이고 권력이다. 데이터 격차가 소득 격차이며 계층을 규정한다. 그래서 데이터 전문가의 독점과 진입 장벽은 높고 견고하다.

정보기술 자문기관 가트너는 2020년 10대 유망 추세의 하나로 ‘전문성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Expertise)’를 발표했다. 여기서 민주화란 전문성의 접근성이 쉬어진다는 뜻으로 일반인도 전문가처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데이터 분석의 민주화, 개발의 민주화, 설계의 민주화, 정보기술 전문 지식의 민주화 등이다. 이 중 정보기술 전문 지식의 민주화는 비전문가들이 본래 갖고 있던 전문 기술이나 훈련을 넘어 전문적 스킬을 활용하여 적용 툴과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래 데이터 분석은 고도의 지식과 훈련을 요구하는 전문성의 영역이다. 물론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보로 가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렵다. 그러나 점차 복잡한 데이터 과학 도구들이 자동화되고 쉬워짐에 따라 비전문가도 쉽게 예측 분석업무를 할 수 있고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2023년 이후 데이터 분석업무 자동화 도움을 받으면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법이 필요 없다. 데이터 분석 툴이 자동으로 적합한 분석 기법을 선택해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농업 연구는 많은 양의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농가에서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려면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성 민주화 추세에 따라 시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농가들도 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역할을 일부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전문성의 진입 장벽이 시민 데이터 과학 덕분으로 낮아지고 있다. 분석 데이터 선정, 분석 모델 선정, 가시화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데이터 분석 전문성이 부족해도 ‘셀프 분석’에 의해 우리도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안전운전 IoT 통합 플랫폼에서 수집된 10종의 공공 데이터를 개방한다고 한다. 이 데이터가 개방되면 대중교통 버스의 고정밀 위치정보와 안전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센서 데이터의 오픈 API 개발을 통해 각종 콘텐츠 활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를 통해 다양한 신규서비스가 창출된다.

아직은 대중교통 통합정보 데이터 뿐 이지만 국가중점 데이터를 점차 확대 구축해 나간다면 이를 토대로 민간에서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개발과 도민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전방위 서비스 모델을 발굴해 낼 수 있다. 또한 각종 재난재해와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부랴부랴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시방편을 마련하여 황급히 시행하는 게 아니라, 평소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하여 미리 솔루션과 매뉴얼을 준비해 두었다가 위기 상황 발생 시 카드 뽑아 쓰듯 그때그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데이터는 2018년 중문관광단지의 워싱턴 야자수가 부러질 걸 그전에 알고 있지 않았을까. 다만 미리 알려 주지 않았을 뿐.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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