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배가 아픈데, 이상이 없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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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원 통증클리닉 서혜진 과장

특별한 이유 없이 복통이 지속되는 분, 있으신가요? 검사 결과도 정상이라 꾀병이라는 오인을 받기 쉬운데요. 김애령(가명, 74세) 할머니 역시 2년 전부터 이유 없는 복통이 지속돼 본원에 내원하게 됐습니다. 처음 할머니는 표정이 우울했고 문진도 미덥지 않아 하셨습니다. 2년이나 병원을 옮기면서 약도 많이 먹었지만 그다지 차도가 없었기 때문이죠.

배의 통증이 심하고 옆구리부터 등 쪽까지 통증이 올 때도 있다고 했지만, 대변도 대부분 정상, 복부 수술 경험도 가족력도 없고, 통증 유발점이나 혹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검사 결과도 모두 정상이었으며 식사 패턴이 다소 불규칙하고 많이 드시지 않는 편인 것 말고는 먹는 음식에도 이상이 될 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내원 첫날 쥐어짜는 것 같은 통증에 대해 근이완제를 처방해드렸고, 두 번째 내원에 보호자로 동행한 아들에게 2년 전 환자분께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2년 전 할머니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부터 우울해하며 병원에 내원하는 일이 잦다고 했습니다. 이어 보호자분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 혹시 꾀병이거나 정신적인 문제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만성 복통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약제 및 흉추 신경 주사와 성상 신경절 주사 치료를 했습니다. 이후에 할머니와의 사이에 ‘의사-환자’간 치료적 관계가 어느 정도 생겼다고 판단됐을 때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유해드렸습니다. 할머니를 괴롭혔던 통증은 완화됐고, 최근에 병원을 찾아 주셨을 때는 꾀병이나 정신적인 문제라고만 안하고 가족들한테까지 잘 설명해줘 고맙다며 밝은 모습도 보여 주셨습니다.

만성 복통은 악화 요인과 완화 요인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음식, 활동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건 등이 악화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내장 신경은 뇌와 양방향으로 교류하게 되므로 스트레스에 민감합니다. 조절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게 되고, 장의 생리에도 영향을 미쳐 위장관 운동성의 변화와 내장 신경의 민감도 증가, 위장관계 분비물의 증가, 장투과성 증가, 위장관계 점막 재생 능력 및 점막 혈류량의 감소를 일으키게 됩니다. 중추 신경계에도 작용해 통증에 대한 반응을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통증을 유발 혹은 악화 시킬 수 있는 여러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 복통의 네 가지 분류
정밀 검사 및 해당 과에서 특별히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면, 복벽의 이상에서 유발되는 체성통인지, 장기로부터 오는 통증인지, 혹은 배 쪽 수술 이후 나타나는 통증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모두 아닐 때는 같은 척수 위치에 있어 뇌가 혼돈을 일으켜서 아픈 연관통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자세한 신체적 검진이 필요합니다. 연관통은 통증이 대부분 배와 등 쪽에서 나타나는 경우에 고려하는데, 통증이 시작된 시기가 비슷하다면 흉추 쪽의 문제일 수도 있다. 복부 쪽 검사 상 원인이 없다면 흉추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 만성복통의 치료
안타까운 것은 환자가 통증을 호소함에도 보호자 중 통증이 있는 곳에 이상이 없으면 꾀병이나 정신적인 문제라고 단정하고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는 섣부르게 정신과적 진료를 환자에게 권유해 환자가 반발하게 되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트레스는 분명 내장신경에 영향을 끼치며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오해는 없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통증 자체가 없거나, 통증을 지어냈거나, 마음을 고쳐먹어야 낫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만성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기저 질환이 없거나 질환의 유무를 알 수 없다면, 증상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생활 습관의 변화, 진통제나 주사요법 등의 치료를 우선 진행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라면 정신과적 진료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만성 복통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문의와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 방법을 찾아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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