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홍보 문구를 내세운 2011년 영화 ‘컨테이젼’의 세계가 현실이 돼버렸다. ‘코로나19: 디테일의 위력’이라는 제목으로 경고를 했지만 대한민국은 이제 불안, 고립, 우울 공화국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확산을 줄이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을 권하고 있다. 모든 유증상자와 잠재적 감염자들을 ‘움직이지 않기’ 그리고 2m 이내 비말 접촉에 의해 전염되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감안한 ‘거리두기’ 전략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 고통도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간절히 되뇌면서 ‘거리두기’를 소개한다.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는 거리 조절에 실패했을 때 벌어진다. 심리 상담사로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하며 알게 된 한 가지는 대부분 사람이 인간관계로 힘들어하고 관계 속에서의 감정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 감정을 정확히 인식할 때 더는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대개 자기중심적이며 때로는 이기적일 때도 있다. 타인의 결함은 눈에 잘 보이지만 자신의 결함은 잘 보지 못한다.
상담할 때 내담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 없다고, 자신과 잘못 지내는 사람은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없다고.
이것을 일찍 깨달았더라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기 보다 나 자신과 잘 지내는 노력을 먼저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내 삶의 주인인 나와 잘 지내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지혜를 소개해본다.
▲물건을 비우면 비로소 공간이 보이듯 나의 마음도 가끔은 청소가 필요하다.
▲상대를 배려한 ‘친절한 침묵’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친절한 침묵은 묵묵부답이 아닌 상대와 나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별일 아닌 것 때문에 싸우고 사소한 말다툼으로 감정이 상한다. 부부 싸움의 대부분은 실제 일어난 일보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 때문에 커질 때가 많다. 침묵에 불안해하지 않고 그것과 친해질 때 그리고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혜안을 가질 수 있다.
▲고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여러 가지 맛 중 하나를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고독과 친구가 되면 더는 타인으로부터 위로받으려 애쓰지 않게 되고 복잡한 마음을 스스로 정리하는 힘을 갖게 된다.
▲사람 사이에 거리가 필요한 이유는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큰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더는 애쓰지 말고 관계를 끊기 전에 거리부터 두어보라. 이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둘 사이에 흐르는 간격은 서로를 자유롭게 만들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러면 혼자 있어도 행복하고 함께 있어도 행복해질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중심 잡고 우아하게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불은 따뜻하지만 너무 가까우면 데인다. 사람은 쿨하게 대해야 하지만 너무 쿨하면 그 사람을 잃는다. 매사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나는 지금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총선 풍속도 크게 바뀔 듯하다. 어떤 기발한 ‘비접촉 선거운동’ 방법이 생겨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원후, 제주감귤농협 동문로지점장·심리상담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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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 모두 힘을합쳐 이 위기를 극복 합시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인들에게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