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와 보톡스, 그리고 과학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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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코로나 19 (COVID-19)2019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이의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자 WHO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전세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구에는 수많은 곤충이 살고 있다.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들은 활개를치면서 사람을 비롯해 동·식물을 힘들게 할 것이다. 코로나 19와 함께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을 효과적으로 박멸하는 것도 난제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미국에 노예로 끌려갈 때, 아프리카 모기로 인해 생긴 황열병도 같이 옮겨 갔다. 황열병에 면역이 있던 흑인 노예들은 죽지 않았는데, 이를 처음 접한 많은 백인 주인들은 사망했다. 노예의 주인들이 죽으면서 노예제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모기가 노예제도를 없애는 하나의 원인이 된 것이다.

아주 작은 곤충인 벼룩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 적이 있다. 흑사병을 걷잡을 수 없이 널리 퍼트린 것이 바로 이 벼룩이다. 흑사병은 원래 쥐 같은 동물들이 앓던 병이다. 그런데 쥐의 몸에 붙어살던 벼룩이 감염된 쥐에서 병균을 빨아들인 뒤 사람을 물어서 병을 옮긴 것이다.

인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있는 곤충을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것(농림해충)과 파리, 모기, 바퀴벌레와 같이 음식이나 피부접촉을 통해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것(방역해충) 등으로 대별할 수도 있다. 흔히 농림해충을 퇴치하는 약을 농약, 방역해충을 없에는 약을 살충제라 칭한다.

살충제에 사용하는 화학약품은 곤충의 정상적인 신경작용을 방해한다.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 아세틸콜린은 효소(콜린에스터라제)에 의해 분해된다.

살충제는 이 효소의 작용을 멈추게 한다. 그렇게 되면 아세틸콜린이 분해되지 않고 누적된 탓에 날개 근육은 계속 수축되어 더 이상 비행할 수 없다. 특히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을 마비시킴으로써 곤충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분무형 살충제는 액화석유가스(LPG)와 석유, 그리고 살충 성분으로 구성된다. 석유는 살충 성분을 녹이고 액화석유가스는 살충 성분을 기체 상태로 변화시켜 공중에 뿌려지도록 만든다.

파리나 모기처럼 나는 것을 잡을 때는 살충제가 공중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효과가 커진다. 이 경우에는 석유보다 액화석유가스의 양이 더 많이 첨가된다. 이에 비해 땅에 기어다니는 것을 잡을 때는 석유와 액화석유가스를 동등한 비율로 혼합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살충제에 작용되는 원리가 보톡스 시술법에 적용된다. 얼굴의 깊은 주름들은 표정근의 지속적이고도 과도한 수축에 의해 생긴다. 이런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하게 되면 그 수축을 유발하는 아세틸콜린이란 신경물질의 분비를 억제하여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므로 주름이 없어지게 된다.

보톡스는 보툴리눔독소를 주성분으로 인체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치료제이다. 마우스 실험에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 독소 1g이면 약 10억 마리의 마우스를 죽일 수 있었으며, 사람의 경우에도 1g으로 2백만 명 정도를 치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흉악한 물질을 미용에 이용한 인간도 대단하다.

전설이였던, 꿈이였던 이어도가 과학자의 열정에 의해 현실세계에 재탄생하였다. 이처럼 우리들은 국민들의 지혜의 토양 위에 치밀한 과학적 접근법으로 코로나 19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될 상황이다. 또한 곤충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 상황을 과학적 측면에서 잘 극복하는 것만이 내일의 건강한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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