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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현 수필가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난리다. 아니 세계가 들썩인다. 수시 안전문자로 외출을 자제하라는 주문과 함께 마스크 및 개인위생에 신경 쓰기를 당부한다.

자고 나면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몇 명 나왔다, 혹은 유증상자가 몇 명 더 추가되었다는 말이 뉴스를 타고 있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점점 늘어 국란이란 말도 쓴다. 대형마트며 음식점은 물론 거리도 텅 빈 느낌이다. 모임이나 행사도 미루거나 취소하고, 우연히 만난 지인은 어수선한 때 감기 들어 죄인 된 느낌이라며 걱정한다.

공공시설이나 다중시설 등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선 서로 접촉을 자제하라며 더러 휴관, 휴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학교는 개학을 미루고, 어린이집은 문을 닫아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는 소식도 들린다. 노인들이 이용하는 동네 경로당이나 복지관도 당분간 이용을 못한단다.

평상시에 못 느꼈던 일들이 속속 일상에서 불편함이 되고 있다. 곳곳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손해며 불편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필수품인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 서야 하고,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입국제한이나 거부한 나라가 오늘 발표로 110개국이 넘었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뒤틀렸을까.

오래전 한 회사에 적을 두던 때의 일이다. 그해 회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담은 짧은 글을 공모한 적이 있다. 물론 상당한 부상이 걸렸다. 그때부터 뭘 써 내야 될지 막막하면서도 당장은 ‘염불보다 잿밥’이더라고 부상에 관심이 더 컸다. 이러자, 저러자 의견이 분분하게 오가는 동안 마감이 다가왔다. 서로는 알고 있는 글 중, 가장 좋다는 글자들을 모은 뒤 퍼즐 끼워 맞추듯 조합하여 본사로 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지사가 1등일 거라는 야무진 착각에 부풀었다.

발표하던 날, 둥그렇게 모니터 앞에 섰던 우린 뜨악한 채, 갑자기 서늘한 분위기로 눈만 멀뚱거렸다. ‘이렇게 쉬운 글이 저 큰 상을 낚아채다니….’ 그랬다. 그 큰 상을 거머쥔 글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많지도 않은 이 열 글자였다. 이런 글이 어떻게 장원이냐고 덤비던 이들도, 선정된 글을 곱씹을수록 받을 만하다는 쪽으로 차츰 기울며 높였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기본과 원칙. 그것은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에 이렇게 하자는 가장 쉬운 것을 요구함이고 또, 거기에 따르는 것이다. 너무 쉬워서일까. 꾸준히 못하는 맹점이 거기엔 숨었었나 보다.

처음엔 코로나19도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이젠 온 나라가 코로나19에 매달려 싸우는 중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는 실추되고, 고꾸라진다는 경제, 제한된 공간이동, 커져가는 불안감 등 나열하기 불편한 진실들을 연일 접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원칙을 지키려면 더러 변수라는 것이 생길 수는 있다. 돌출변수에 적당히 타협하다 보면 지키려던 원칙이 무너지기 쉽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결국은 지켜내야 할 주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일은 해야 하고, 안 해야 될 일은 안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다.

회복이 더딜 뿐, 힘들다 해도 그 끝은 분명히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는 자기 위치에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려는 각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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