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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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김익수

2년 전 한 컷의 사진,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한다.

언 땅과 잔설을 녹이며 새 생명이 꿈틀댄다. 동토를 헤집고 나오느라 얼마나 용트림 했던가? 암팡지게 꽃대궁을 올리며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앉아있는 노아란 부채 같다. 향기가 피어나는 꽃술에 고개를 숙인다. 봄의 전령사 복수초다.

시선을 강타한다. 접사렌즈가 포커스를 맞추며 연속적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느림의 미학이 연출하는 한 장면, 한 장면이 의연한 모습을 담아내며,봄을 알린다. 한라산 아랫자락 제주의 오름엔 그렇게 복수초가 먼저 봄에 선다. 꿀을 모으는 벌처럼, 사진가는 렌즈를 통해 향기를 담아낸다. 먼저 보고, 찍고, 생각하며,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는 전파한다. SNS 통해 . 감탄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걸음걸음마다 셔터 소리마다 봄을 마중 나온다.

바위틈 구석구석에도 인사를 하고 있다. 노루귀다. 두 번째 만난 야생화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꽃대를 감싸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모습이 참 이쁘다.

앞만 보고 가는 사람에겐 보이질 않는다. 키가 작고 바닥에 바짝 붙어있기에 그렇다. 심마니가 돼야 한다. 노스님의 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를 잘 살피지 않으면, 작은 꽃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하얀 털을 뒤집어쓰고 꽃대가 나오면 하얀색, 분홍색. 곱디 고운 모습을 뽐낸다.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수런거린다.

아쉽지만, 산을 내려올 시간이다. 한 컷 한 컷 정리하고 편집해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전파해야겠다.

산을 내려오면서 뇌를 스쳐가는 가수 박인희가 부른 봄이 오는 길을 혼자 중얼거렸다.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온다네. 들 넘어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땅속 깊이 숨어 자던 뭇 씨앗들이 눈을 띄우고 있다. 아이가 한 번 아프고 나면, 훌쩍 크듯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이겨내면, 우리들의 마음도 그만큼 넓고도 넓게, 깊고도 더욱 깊어지질 고운 봄을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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