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이 무슨 죄인가요
약사들이 무슨 죄인가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마스크 구입이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약국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지도 오늘(20일)로 열이틀째를 맞는다. 하지만 약국 앞 줄서기는 여전한 상태고 혼란도 가중된다. 판매시간이 제각각이어서 허탕 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했는데도 국민들의 마스크 구매 불편·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현 정부의 국정 역량이 딱 이렇다는 개탄이 나오는 이유다.

마스크 필요성을 놓고 정부·여당 책임자들이 수시로 말을 뒤집어 이미 정부 신뢰는 땅에 추락했다. 국민 입장에선 정부를 믿을 수 없어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툭하면 말 바꾸는 행태에 마스크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

▲마스크라는 물건이 생긴 이래 이토록 ‘귀하신 몸’이 된 적이 또 있을까 싶다. 문제는 마스크 판매처가 약국으로 집중된 지금, 시민들의 항의를 감당하는 건 모두 약사들의 몫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손님의 폭언과 오해다. ‘마스크 가지고 갑질하냐’는 말도 들었고, ‘이런 정부가 어딨냐’고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마스크 판매를 둘러싼 다툼과 갈등도 많아 왕왕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 청심환을 먹고 출근한다는 약사들의 하소연이 잇따른다. 작금의 여건을 버틸 수 없어 공적 마스크 취급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시민 불만이 체감상 멀기만 한 정부보다 일선 약사에게 화살로 돌아가 더 힘들게 하는 형국이다. 이 모두 마스크 수급 불균형이 극에 달한 탓이다.

▲약사들은 공직자도 아닐 뿐더러 공공보건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스크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강한 업무 강도에 감정노동에까지 시달려야 하니 그 고충이 심각하다. 실제 막무가내로 화내는 사람에게 폭언 들을 때 가장 힘들다는 게 그들의 호소다.

마스크를 사고 싶어도 못 사듯이, 약사도 팔고 싶어도 없어서 못 파는 답답함은 매한가지일 터다. 화풀이로 해결되는 문제는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마스크 공급이 턱없이 모자랄 때인 만큼 ‘몸의 거리는 넓히고 마음의 거리는 좁히자’고 제언한다.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갈 방법 중에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포함된다는 의미다. 최소한 약국 앞에 부착된 안내문이라도 잘 읽고, 존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